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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Dec 13. 2021

학부형 통지서

유치원 생활의 끝자락

30대 초반에 애를 낳고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아들은 벌써 7살이고 30대 후반이 되었다.

게다가 올해도 2주밖에 남지 않다.

아들은 6살 때부터 유치원을 다녔다.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전에 우리 가족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유치원도 옮기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아들은 새로운 유치원에서 적응을 잘하고 있다.

새로 온 유치원에서 6개월도 못 지냈는데 벌써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축하해 이제 학부형이네

얼마 전 오랜 친구가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물어본다.

'아들이 몇 살이지?'

'지금 7살이지'

'그래? 축하해 이제 학부형이네'

'아 그러네...'

학부형이라니.. 아직은 많이 어색한 말이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생 부모들에게는 학부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나의 학창 시절이 끝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부형이 된다.

'이것이 축하받을 일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학부형 되는 것 더 실감 나게 취학 통지서가 날아왔다(정확하게는 인터넷에 접속을 해서 인쇄를 했다)

입학은 아직 몇 개월 남았지만 초등학교 예비 소집이 2주 뒤에 진행이 되니 참석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말도 못 하고 기어 다니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벌써 초등학생이 된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낀다.


학교를 가게 되면 부모와의 시간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늘어난다. 부모들은 육아의 부담이 조금 줄어들고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점점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가야 하는 시간 많아지고 이것들을 지키기 위한 규칙들도 생긴다.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에게는 고달픈 생활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물론 부모들도 학부형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하며 혹시나 부족함은 없는지 항상 챙겨야 한다. 사교육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무조건적인 지출은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원하면서도 잘 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하는 부담감 크다.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백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운동장 뒤편에 서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영인사와 훈화 말씀이 시작되었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그저 길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다른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른다. 반 배정이 시작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300명에 가까운 인원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다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드디어 스피커에서 내 이름이 나오고 3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나는 운동장 앞쪽에 3반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을 찾아갔다.

팻말을 들고 서 계셨던 분은 큰 안경을 쓰고 긴 생머를 하고 계셨는데 그분이 나의 첫 담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도 반가운 인사보다는 많은 아이들을 통솔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는 선생님의 지시대로 줄을 맞춰 섰다.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장난을 치면서 뛰어다녔을 텐데 이 순간이 어색해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만히 잘 서 있었다. 

론 곳곳에는 우는 아이도 있었고 뒤쪽에 있는 엄마들시끌시끌했다.

모든 아이들의 호명이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서 교실에 들어갔다.

지정되어있는 자리에 앉아보고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사항과 몇 가지 규칙들을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얼른 끝나고 집에 가서 놀 생각뿐이었다.




30년이 지난 요즘의 입학식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 전에 비해 아빠들 많이 참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선배들이 자녀 입학식 때 휴를 내고 참석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 때 입학식에서 아빠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아들에게 한 번밖에 없는 초등학교 입학식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이런 행사에는 아빠인 나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는 좋은 기억이 남고 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 믿는다. 같이 가서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을 축하해주고 학부형이 된 아내와 나를 축하하는 시간을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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