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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Mar 12. 2023

나에겐 의미 있는 도전, 수영

작년 12월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세 번째 다니는 거지만, 한 달을 넘긴 처음이다. 처음 시작은 대학교 3학년 때. 승무원 최종 면접 중 수영 테스트가 있어 피할 수가 없었다. 꿈을 향한 발걸음은 물 공포증도 과감히 차버렸다. 자유형으로 25m만 가보자 했다. 열 명의 인원이 다 같이 킥 판을 잡고 발차기를 했다. 출발선은 같았으나 나아가는 속도는 달랐다. 보름이 지나며 배영도 배우고 평영에 도전할 때, 여전히 뒷줄에서 혼자 자유형 발차기를 했다. 발을 움직이면 팔이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인다 해도 박자가 맞지 않았다. 숨 쉬는 타이밍 하나도 맞추지 못해 허우적거렸다. 등록한 한 달이란 시간의 끝이 다가오며,  나머지 수업도 했다.  나와  속도가 비슷한 옆 레인 수강생이 있어줘서 다행이었다.  정규 수업 마지막 즈음에 다다라, 드디어 손과 발의 리듬을 맞추고 호흡할 타이밍을 찾게 되었다.



일 년 뒤, 다시 시작한 수영. 몸으로 익힌 건 기억한다던데, 모두에게 해당되진 않았다.  초등학교 안에 신설된 수영장이라 시설도 뛰어났고, 수강료도 합리적이었으며 위치도 가까웠다. 장점만 한가득인 곳에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내 몸이었다. 손발 리듬은 다시 엇박자를 다투었고, 호흡 타이밍도 놓치기 반복했다. 25m 레인 끝까지 쉼 없이 가야 하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뒤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였다. 알아서 맨 뒷자리에 섰다. 자유형, 배영을 동시에 배웠는데 배영이 더 편했다. 다른 이들이 평영 발차기와 손동작을 배울 때도  배영을 고집했다.  물에 떠 있으면 숨은 쉴 수 있으니 그게 어딘가.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한 달을 보냈고, 그 후 십칠 년 동안 바다에 발을 담그거나 사우나를 사는 걸 제외하고는 물과 거리 두기를 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마흔이 넘으며 떨어진 체력은, 책을 집필하는 동안 수직 하강했다. 요가를 하려니 시간이 맞지 않고, 헬스는 하고 싶지 않았다. 미라클 모닝을 습관화하겠다고,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챌린지를 했지만 매달 드는 비용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본전 생각에 억지로 눈을 뜨기도 했지만, 색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으니, '수영'이었다. 수영할 계절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전히 물을 무서워하다 보니  아이들과 수영장에 가도 구경만 했다. 발만 담그고 있어도, 춥고 재미없었다. 자유롭게 평영, 접영 하는 이들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수영'을 떠올리는 순간, 어떤 영화 속에서 배우 손예진이 우아하게 평형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처럼 물아일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목표로 이내 등록 직전에 갔다. 결제 단계로는 쉽사리 이어지지 않아 친구를 꼬드겨 같이 등록했다. 일단, 한 달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초급반을 등록했는데 초급, 중급, 고급 수강생이 한 레인에 있었다. 옆 두 레인은 교정 반이었고, 나머지 두 레인은 연수 반이었다. 시작은 자유형이었지만 제멋대로 하다 보니 백지상태처럼 다시 배웠다. 다른 수강생들은 배영, 평영, 접영으로 혼합 수영을 했고, 나만 자유형을 했다. 수영장 물을 어찌나 많이 마시는지, 든든한 아침을 먹은 듯 배불렀고 트림이 계속 나왔다. 호흡하는 타이밍을 찾겠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올라오니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갔고, 허리도 아팠다. 힘을 빼야 한다는 걸 머리는 아는데 몸은 알지 못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에 매일 참여했다. 더디게 발전하긴 했지만, 한 달 끝에 드디어 평영을 배우게 되었다. 발차기만 해도 설렜다. 그러나, 그 설렘은 또다시 실망과 좌절로 연결되었다. 올해 1월부터 신규 수강생들이 들어왔다. 세 달째, 아직도 평영을 배우는 나를 제치고 평영, 접영도 거뜬히 익혔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나는 민망함에, 선생님은 머쓱함에 웃어넘기며 하루하루 배워오며 한 계절을 보냈다. 이제야 평영을 조금이나마 익혔고, 접영 발차기도 들어갔다.  원래 목표로 했던 평영을 할 수 있게 되니 다른 욕심이 생겼다. 옆 레인인 교정반으로 넘어가는 것. 2년 이상은 배워야 한다기에 일 년 회원권을 끊었다.


물을 무서워하고, 유연성과 근력이 없던 내가 수영을 배운다. 평생 가까이할 거 같지 않던 물을 멀리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뛰어들었다. 세 달 만에 손발을 맞춰 평영을 하던 날,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토록 꺼려하던 물속에 뛰어들어 공포증까지 이기게 된다면, 앞으로도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껏 도전한 것들을 향한 두려움이 적었던 건, 가능성이 뚜렷한 것만 시도해 본 까닭이었다. 이제는 어떤 일이 다가와도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수영은, 신체와 정신 모두를 건강하게 해 주고 성장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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