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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Mar 15. 2023

자물쇠란 강제성이 필요한 이유


태백산맥 독서(20분), 태백산맥 필사(20분), 스픽 영어 공부(20분), 블로그 포스팅(30분)


작년 10월 1일부터 시작한 나만의 루틴이다. 미라클 모닝에 편승하고자, 9월에 김미경 강사가 운영하는 < MKYU굿짹월드>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했다. 14일 간만 '모닝짹짹이'가 되려 했으나, 처참히 실패했다. 5시 기상에 이틀 성공하나 싶더니 다음날은 무너졌다.  5시 기상을 성공한 날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졸음을 견디지 못해 두세 시간씩 낮잠을 잤다. 의지박약 현주소를 파악하고 나니, 남는 건 좌절과 실망뿐이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 즈음, 새벽 기상을 하는 분의 온라인 특강을 듣게 되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하는 강의에, 그야말로 홀렸다. 저분이 운영 관리하는 곳의 멤버가 된다면,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특강을 듣고 나서 곧바로 블로그 이웃을 신청했다. 얼마 후, 10월 신규 멤버를 모집한다는 공지글이 떴고 바로 가입했다. 한 달에 십만 원이 넘는 돈에, 보증금도 따로 있었다.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았다. 최대 장점은, 내 목표는 내가 알아서 정하는 거였다. 저마다 목표한 기상 시간은 다 달랐다.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다양했다.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웠다. 오전 5시 50분. 할 일은 세 가지로 정했다. 태백산맥 독서, 필사, 영어 공부. 주말은 제외였다. 9월 마지막 날 즈음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10월 이틀 동안 워밍업 데이를 가졌다. 루틴 만드는 것도 처음인 데다 인증도 낯설어서 어리바리 정신이 없었다. 동영상을 보고 숙지하며 이틀 동안 익숙해지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삼 일째 되는 날부터 적응했고 매일 리셋하는 마음으로 이어갔다.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면, 모든 루틴을 다 지켰다. 한 달이 지난 후, 루틴 성공률은 95%에 달했다. 뭐든지 세 달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며 두 달을 더 신청했다. 세 달째 되던 12월. 오전 루틴 중 '수영'을 추가했다. 대신 기상시간도 5시 10분으로 조정했다. 눈뜨면 독서와 필사를 먼저 한다. 그러고 나면 5시 50분. 운동 가방을 들고 도착하면 6시. 마치고 돌아오면 오전 7시 20분인 평일을 네 달째 보내고 있다.


루틴이 자리 잡아가기 시작하던 11월 중순부터는, 매일 블로그에 인증 글을 썼다. 기록을 남긴 가장 큰 이유는, 하루의 잠금장치를 걸기 위함이었다.  나만 알면 되는 걸 굳이 남기려 한 목적은 뭐였을까.  루틴을 이어가는지를 지켜보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건 곧 나와 그 사람과의 약속이 될 수 있을듯했다. 말로만 성공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기록으로 보여주는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대충은 없었다. 어떤 날은 밤 11시가 넘도록 루틴 인증을 하지 않은 날도 있다. 일부러 노트북을 켜려니 번거롭지만, 자물쇠를 채우려 억지로 의자에 앉는다. 자판을 두드리기 전까진 그렇게나 귀찮던 글쓰기가, 노트북을 덮는 순간 후련함으로 바뀌는 건 왜일까.


이제는 그 모임에서 나와서,  공저로 책을 낸 <나나 시스터> 멤버들과 루틴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곱 명중,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원래부터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었고 그들만의 루틴이 있었다.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이 챌린지 방에 모였다. 각자 목표한 시간에 일어나고 루틴을 이어간다. 가입비도 없고, 벌금이나 페널티도 없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약속이다. 못하고 넘어가는 날은 못한 날대로, 해낸 날은 해낸 날대로 응원하고 격려한다. 중간중간 합류한 이들을 포함하면, 현재는 총 16명이다. 재촉하거나 푸념하는 사람 없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해내고 있는 중이다.


올 한 해는 이런 루틴으로 보내면 되겠지 했는데, 변수가 생겼다. '라이팅 코치'가 되길 선언한 3월. 따뜻한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들어오듯, 새로운 루틴이 일상에 들어왔다. 글쓰기, 칼럼 읽기, 모의 강연해 보기, 독서하기 등. 그렇다고 기존에 자리 잡은 루틴에 영향을 주긴 싫었다.  원래 하던 것에 추가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간분배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부터, 글감은 어디서 찾느냐까지 '불가능'과 관련된 단어들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런 와중에도 해내는 이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게을러도 될 법한 이들이 올리는 인증글을 보며, 내가 못한다는 건 핑계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오늘로써 8일 차. 주말을 제외하고는, 다 하려 한다. 아니, 애쓰고 있다. 기존에 하던 것도 놓치기 싫고, 추가된 것도 놓치기 싫다. 모든 걸 다 잡으려니 버겁다. 오전 수영이 없는 수요일인 오늘,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오전에 참석해야 하는 강의가 있어, 공저로 참여 중인 글의 한 꼭지 반 분량의 퇴고를 한 게 다다. 지금 쓰는 이 글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서면 아이들이 도착한다. 저녁식사 후, 식탁에 앉아 남은 루틴을 이어가야 하는데,,, 머릿속은 시간분배를 위한 브레인스토밍으로 얽히고설켜있다. 다이어리에 하나, 둘 지워가다 보면 오늘의 루틴도 완성하겠지. 내가 스스로에게 채운 강제장치 덕분에, 모른척하고 싶고 건너뛰고 싶은 욕심을 물리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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