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송

아홉 번째 노래

by 소믈리연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1층에 사는 우리 집은 매일 모기와의 전쟁이다.둘째 아이 방에서 두 마리, 거실에서 한 마리, 화장실에서 한 마리, 안방에서 두 마리. 빈혈이 심해 헌혈도 못하는데, 반갑지 않은 손님에게 강제로 피를 뺏기고 있다.










결혼 전, 부모님과 살던 집에도 모기가 많았다. 3층이라는 낮은 층수도 원인이지만, 집 옆이 바로 산이라는 환경이 한 몫했다. 아빠는 방마다 파란색 에프킬라 한 통과 파리채를 두었다. 잠들기 전마다 방 전체에 퍼지게 뿌리고, 냄새가 사라질 즈음 들어가 이불에 몸을 숨기고 잠들었다. 한 여름에도 이불을 침낭 삼아 자야 했던 그때. 매년 여름은 모기와의 전쟁이었다.


신혼 때 살던 아파트는 땅 위를 한참 올라가 15층에 자리 잡았다. 집 안에 모기 한 마리도 없던 그 해 여름이 낯설었다. 온 집에 모기약을 뿌릴 일도, 이불에 몸을 감고 누울 필요도 없었다.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첫째 아이를 가지고 근처에 있는 24층 아파트로 이사했다. 여름에 출산하고 몸조리하느라 집 안에 사는 모기의 존재는 잊고 살았다. 간혹 외출 때 모기에 물린 아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몸이 더 가려웠다.

둘째도 아들임을 알게 되는 순간 다시 땅 가까이로 내려왔다. 필로티 2층으로 이사한 이유는 단 하나.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모기와의 전쟁은 예상하지 못한 채.


2층에서 맞이한 첫여름. 둘째는 한 살, 첫째는 세 살이었다. 친정에서 살던 환경과 마찬가지로 베란다 밖은 자연 속에 파묻힌 곳이었다. 조경관리가 잘 된 아파트여서 관리사무실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지만, 셀 수 없이 공격하는 모기떼를 어쩌지 못했다. 방충망이 오래돼서 그런가 싶어 바꾸기도 하고, 개수대를 막고, 변기 뚜껑도 닫고 살았다. 방마다 모기장을 두고, 방문마다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발을 설치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넘쳐났다. 수유하러 거실에 앉았다가도 모기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기를 내려놓고 잡으러 나섰다. 하도 '모기모기' 하니까, 말이 서툰 아이들도 파리채를 모기채라고 부르고 다녔다.


7년째 아래층에 살면서 나도 나지만, 아이들도 모기를 잘 잡는다. 왼쪽이나 오른쪽 귀에 윙윙거리는 소리만 듣고도 잡기도 한다. 특이한 소리가 들리면 일단 방문을 닫는다. 도망 못나가게 봉쇄한다. 일단, 천장과 커튼을 본다. 50퍼센트의 적중률이 통한다. 박제된 듯 붙어있는 순간, 티 나지 않는 빠른 속도로 파리채로 스매싱 날린다. 천장에 붙은 모기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잡지만, 커튼이나 가구에 붙은 경우는 아이들이 잡는다. 아이들은 유튜브에 나오는 <모기송>노래를 외우고, 모기를 주제로 유치원에서 일일 아나운서 발표도 했다. 많게는 하루 열 마리도 잡았던 여. 정말이지, 언제쯤이면 멀어질 수 있을까.




작년 2월. 다른 동네 빌라 1층으로 이사 왔다. 30년 이상 된 빌라에 정원까지 붙어있어, 전에 살던 집 못지않게 모기가 많다.

어젯밤. 감기로 인한 기침을 하느라 자다깨기를 반복했다. 새벽 2시가 지났을까. 겨우 잠들었나 했는데, 또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불만 켜면 한 번에 잡을 수 있겠는데 귀찮기도 하다. 내적갈등에 계속 선잠을 잤다. 옆에서 한창 꿈나라 여행 중인 첫째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참고, 참았지만 화를 이기지 못하고 일어났다. 4시 30분. 불을 켰다. 역시나 커튼에 붙어 있다. 분노의 크기만큼 스매싱했다. 약하디 약한 모기의 날개 하나하나가 찌그러졌다. 커튼에는 진한 피가 스며들었다. 물티슈로 닦고 불을 끄고 나왔다.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거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 안에 모기가 보였다. 얼핏 보니 고인 물에 빠진 것 같아 물을 내렸더니, 순간적으로 고공행진하며 거실로 사라졌다. 새벽부터 분노가 치민다. 대체 모기가 뭐라고. 매일 같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작디작은 백해무익한 생명체를 피하러 이사 갈 수도 없고 괴롭다. 저층에 살수록 느는 거라고는 모기 잡는 실력뿐이다.



나도 높은 곳에서 살고 싶다.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다가도 집에서 축구하고, 줄넘기하고, 드리블하는 아들을 보면 마음이 접힌다. 모기와의 전쟁이나 층간소음에서 해방이냐. 두 아들을 중심에 두고 평가한다면, 아직은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어쩔 수 없이 몇 년 더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알면서도 올라오는 짜증은 어찌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가사: <유튜버 만다린-모기송>


전자렌지 돌려 죽여

모기 침만 뽑아 죽여

컵에 물을 채워 죽여

에프킬라론 안 죽어

모기 모기 내 목이

목이버섯 마시쪙

청양 고추 먹여 죽여

고막 테러해서 죽여

화생방 훈련시켜 죽여

매트 깔아놓고 재워

모기 모기 내 목이

목이버섯 마시쪙

목이버섯 마시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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