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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May 10. 2024

글쓰기 두려운 세 가지 이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글을 쓰냐고요.

그렇다고 하면 대단하다는 말이 자동 응답기처럼 돌아옵니다. 저에게 글이란 일기, 서평, 줄거리 요약 등 모두 해당하지만, 그들의 '글'과 제가 말하는 '글'은 사뭇 다른가 봅니다. 책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뭐라 해야 할지 아직도 어색합니다.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모르겠어."

"글을 쓰느니 차라리 육아하려고."


"나도 이렇게 살게 될 줄 몰랐어."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간혹 글쓰기에 관해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못쓰는 거 같냐고 되물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 가지로 간추려 저의 의견을 덧붙이려 합니다.




첫 번째, 완벽주의 때문입니다. 쓰고는 싶으나, 잘 쓰지 못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부터 냅니다. 독자들을 위해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지 않으면 시작하기가 힘듭니다. 완벽한 곡을 만드는 작곡가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완벽한 글을 쓰는 작가도 없습니다. 곡은 리메이크 버전으로 다시 나오기도 하고, 그림도 다른 작품으로 연재하기도 합니다. 이는 곧, 완성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우리가 사용하는 핸드폰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해 시장에 내놓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여 다음 신상품으로 판매하죠.

그러므로, 독자를 위해서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고 하지만 실은 본인이 만족할 만큼의 완벽한 글을 쓰고 싶은 게 진짜 마음입니다. '완벽'이란 돌덩어리만 내려놓아도 글쓰기의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글감이 없습니다. 소재 찾기도 힘들고,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쓸지 난감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글감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아이 생일, 유치원 운동회, 부모님 생신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으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데칼코마니 같은 하루를 보낸다고 여겼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관련 책을 읽으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제와 오늘 먹는 메뉴가 같고, 어제와 오늘 보는 사물이 같고, 어제와 오늘 느끼는 감정이 같을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스케줄이나 루틴은 비슷하거나 같을지 모르나, 세부사항은 분명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제보다 오늘 더 피곤하다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같은 일상의 연속이라도 특정 순간을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봅니다. 관찰해 봅니다. 생각의 고리를 연결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글감을 수확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볼까 봐 걱정됩니다. 내가 쓴 글이 공개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써지지 않습니다.

저라고 그렇지 않았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제 모습은 다릅니다.

저는 스스로 외향적이면서도 내성적이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낯을 가리고, 편하게 말하는 듯 하지만 말을 아끼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친한 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저를 보는 편이지만, 대면 대면한 관계로 지내는 사람들은 저를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A라는 의도로 썼지만, 누군가는 A' 또는 B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게 두렵다고 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건, 지나친 걱정입니다. 정작, 출간하고 보면 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은 많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불편하거나 조심스러운 이야기일수록 뒷부분에 실으면 덜 부담스럽기도 하죠.

요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할 일이 많은 개인들은 다른 사람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기웃거리기는 해도, 깊이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누가 내 글을 볼까 봐, 손가락질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쓰세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위의 세 가지 고민 만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못쓰는 글이라도 많이 써보고, 일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 부담감만 내려놓아도, 글쓰기가 수월해집니다.

근육으로 몸을 단련하는 것처럼, 글을 쓰기 위한 마음 근육도 단련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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