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희 Nov 26. 2021

엄마 이야기_다낭신 발견

 내가 대학생 때 일이다. 엄마는 40대 초반이었다.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소변 색이 이상하다고. 


 “오줌이 시꺼멓다. 콜라 같다.”

 “내가 뭘 아나? 병원 가봐라.”

 “어느 병원을 가야 되노?”

 “내과나 산부인과 가봐라.”

 엄마는 산부인과를 먼저 갔다가 소변 색을 보고 화들짝 놀란 간호사가 내과로 빨리 가라고 해서 발걸음을 돌려 내과로 갔다. 엄마는 산부인과를 권유한 나를 타박했다. 내과에서 몇몇 검사 끝에 엄마는 다낭신 진단을 받았다. 신장을 가득 채운 물혹 중 하나가 터져서 혈뇨가 나오고 있다고 혈뇨가 멈출 때까지 입원하라고 처방을 받았다.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증상은 없다고 했다. 그저 까만 소변이 나올 뿐이지. 그래도 큰병원에서 다낭신에 관한 진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서울대 병원에 재직 중인 안규리 교수님이 다낭신에 정통하다는 걸 찾아냈다.(2021년 현재 국립 의료원 재직 중) 2개월을 기다린 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엄마는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다. 아직 몸에 이상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투석을 해야하니 잘 관리하라고. 


 “관리라는 게?”

 “물 많이 드시고, 짜게 드시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과로하지 마세요.”

 자리를 옮겨 간호사에게 식단에 관한 안내서를 받고 잠깐 동안 상담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에 얼마나 물을 마시라는 건지,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심해야 할지 정확히 물어봤어야 했는데 왠지 움츠려 들어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다. 엄마도 나름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가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셨을까. 우리 집에는 정수기가 없었다. 결명자를 끓여서 보리차처럼 마셨다. 아무래도 엄마가 마신다고 마셨겠지만 다낭신 물혹이 커지는 걸 더디게 할 정도로 물을 마셨을 것 같지는 않다. 잘 몰라서 병을 키웠다.

 식단은 아주 철저하게, 과하게 지켰다. 진단을 받은 후 엄마는 식탁에서 소금을 없앴다. 일체 간을 하지 않은 음식들을 먹으며 우리가 일반식을 먹으면 “어유, 맛있겠다. 어유, 맛있겠다”하면서 부러워했다. 

 엄마는 화장품 카운셀러, 흔히 말하는 방문판매원이었다. 다행히 업무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이라 일하다가 피곤하다 싶으면 자동차 운전석을 뒤로 눕혀서 한숨 자고 일어난다고 했다. 일을 안하고 체력 관리를 하면 좋았겠지만 서민 삶이 어디 그리 쉬운가. 


  의사가 말한 4가지 중에 가장 지키기 힘든 게 ‘스트레스 받지 말라’ 였다. 그 당시 엄마와 아버지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게 화근이었다. 

이전 15화 물혹은 작아질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