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 박물관에서

트레인 호스텔

by 옥상평상

11살 일기

침대가 너무 좁고 추워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아빠가 숙소를 바꿨다고 한다. 다행이다.


9살 일기

트레인 호스텔이 마음에 든다. 근데 아빠하고 형아는 왜 싫어할까? 숙소 바꾸는 건 싫다.



트레인 호스텔의 객실에서 잠을 자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불편했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는 추웠고 좌석 형태의 침대는 길이가 짧아 새우처럼 허리를 접어야만 겨우 누울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칼칼했고 구부렸던 등도 아파왔다. 아이들 역시 밤새 추위에 떨었는지 좌석에 걸터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도 하루를 더 이곳에서 잤다가는 감기몸살이라도 걸릴 것 같았다. 결국 숙소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예약한 숙소를 포기하고 새로운 숙소로 옮겨야 하는 우리 여행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돈 좀 아끼겠다고 이곳에서 하룻밤을 더 잤다가는 당장 내일 영국으로 떠나는 일정도 망치게 될 것 같았다. 다행히 내게는 그동안 숙박 예약을 하면서 모아 온 예약대행 사이트의 포인트가 충분히 있었다. 마침 브뤼셀 시내에 적당한 숙소가 있어 포인트 액수에 맞춰 결제할 수 있었다.


좁은 객실의 침대 위에 포개서 자고 있는 형제들


체크아웃하기 전, 우리는 숙소 옆에 위치한 '트레인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곳에 숙박을 예약한 이유이기도 했다. 유럽 대륙에서도 철도가 일찍 설치된 벨기에는 철도 강국이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사이에 위치한 덕분에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은 오랫동안 유럽 대륙 열차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박물관에는 벨기에의 만화 캐릭터인 땡땡과 함께 오래된 열차부터 최신의 열차까지 다양한 퇴역 기차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미래 열차도 운전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했다. 박물관 내부가 어두웠던 탓에 으스스한 느낌도 있었으나 그런 까닭에 거대한 기차의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석탄을 연료로 하는 증기기관차의 기관실에도 탑승해 보기도 하고, 20세기 초의 벨기에의 평범한 가정집 체험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뿌뿌~ 어서 석탄을 더 넣어야 한다구!

아마도 숙소를 이곳 '트레인 호스텔'에 잡지 않았다면 교외에 위치한 이 트레인 박물관까지 일부러 올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에 와서 숙소를 바꾸게 된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버리게 될 숙박비 4만 원조차 그리 아깝게 여겨지지만은 않았다.

트레인 박물관에 전시된 거대한 퇴역 기차들




트레인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체크아웃을 위해 트레인 호스텔의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체크아웃하려고요."

"규정에 나온 대로 오늘 예약을 취소해도 환불은 받을 수가 없어요."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숙소를 취소하죠?"

"그냥 아이들이 좀 추워해서요."

"침대 밑에 열풍기가 있었는데, 어젯밤에 안 키고 잤나요?"


'네가 그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잖아?'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이 나오진 않았다. 옮기는 이유가 그 때문만도 아니었기에 그와의 대화를 서둘러 마무리짓고는 길을 나섰다.


이탈리아에서 보고 처음이네, 반가워 이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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