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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Feb 17. 2023

왜 항상 나만?

이해는 너무 어려워




이른 아침의 출근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검정 우비를 깊게 쓴 누군가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계속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이 비에 젖어서 인지 계속 오류가 나는 모양이었다. 그의 손에는 택배상품으로 보이는 비닐로 포장된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그가 택배기사인 걸 확인한 나는 얼른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그는 나를 곧장 스쳐 가더니 바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고맙다는 말은 아니더라도 가벼운 목례라도 기대했던 나의 욕심이 컸던 것이었을까? 엘리베이터는 그렇게 그를 태운체 무심하게 올라갔다.


나는 살짝 섭섭했다. 최소한 그가 내게 말로는 아니더라도 눈인사 정도는 해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그 마음은 건물 밖을 나서자 바로 바뀌었다. 겨울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어둑한 아침 한가운데 그가 바삐 인도 한가운데에 세워 놓은 낡디 낡은 트럭의 비상등이 깜박이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새벽부터 트럭을 몰고 이 비를 맞으며  어두운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 것이었다. 차가운 겨울비가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웃을 여유 따위는 없었을 것이었다. 잠시나마 그의 마음이 되어보니 조금 전 그의 무심한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왔다.




이제 나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했다. 집에 다시 들어가 우산을 가져와야 할지 어떨지를 말이다. 걸어가야 하는 거리는 10분 남짓.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집에 가서 우산을 가져오느니 이 정도 비는 그냥 맞고 가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비를 덜 맞기 위해 서둘러 걸었다. 횡단보도를 만났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우회전을 하기 위해 SUV 한대가 직진 차량이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차량 앞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다.




붕!




내가 통과하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출발했다. 놀란 나는 멈칫했다. 그 역시 멈췄다. 그가 나를 인식한 것으로 알고 다시 건너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차를 다시 출발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차를 피한 후 그를 노려보았다. 담배를 꼬나 문 거친 얼굴의 남자시선이 마주쳤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우선인 거 몰라요?'



내가 이 정도의 대사를 날리려는 찰나 그가 나의 시선을 황급히 외면한 채 바로 차량을 출발시켰다. 나는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비를 맞고 서서 사라져 가는 그 차의 꽁무니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런 일로 새로운 하루의 출발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그에게 몹시 바쁜 일이 있었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횡단보도에 있는 사람을 밀고 가서라도 처리해야 할 긴박하고 바쁜 일 말이다. 그런 급박한 일이 뭐가 있을까? 어쩌면 자신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나만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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