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평상 Jul 06. 2024

우리는 운명 공동체

발리에서 바이크 뒷좌석에 탄다는 것


한국 대사관의 권고대로 나는 스쿠터를 반납했다. 그로 인해 이제부터 이동을 위해서는 그랩 어플로 택시를 이용하거나 바이크를 호출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있는 짱구에서 서핑학교가 있는 쿠타 해변까지는 자동차로는 족히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바이크로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이었다. 자동차로 한 시간을 가는 것도 지루하고 힘들 것 같은데 바이크 뒷좌석에 매달려 한 시간을 내리 달려야 하다니 살짝 걱정부터 앞섰다.



아무튼 서핑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근처 애정하는 코인 카페에서 4000원짜리 조식을 먹고 그랩 어플을 열었다. 자동차를 호출하게 되면 플랫폼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까지 족히 12,000원이 넘었지만 바이크는 4000원 정도였다. 또 우리네 쿠팡회원처럼 3천 원 정도를 내면 요금의 15퍼센트를 할인해 주니 한동안 수입이 없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이크를 호출하고 나니 5분도 안되어 도착했다. 그의 뒷좌석에 앉았다. 잠시 후 바이크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출발을 했고 나는 그의 신기에 가까운 운전 솜씨에 감탄 또 감탄을 하며 그의 등에 매달렸다.



한 시간여를 달리고서야 겨우 쿠타 해변에 도착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인도와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며 오토바이와 사람들의 무리를 아슬아슬하게  헤쳐나가는 걸 체험하고 있노라니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쌩큐 소머치!



그에게 환한 웃음을 건네며 감사인사를 했다. 그는 알까? 내 웃음의 의미가 살려서 내려줘서 고맙다는 뜻이라는 걸?



서핑을 마치고 다시 바이크를 호출했다. 이번 기사는 많이 어려 보이는 외모의 친구다. 그래서인지 운전 실력이 아까의 기사보다 많이 부족해 보였다. 나는 그의 어깨와 손잡이를 더욱 강하게 부여잡았다.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 때서였을까? 이 친구는 차도는 아예 가끔 사용하고 주로 인도로만 달렸다. 인도의 들쭉날쭉한 보도블록 덕분에 오토바이는 내내 요동쳤고 나는 본의 아니게 강력한 엉덩이 안마를 받아야 했다.



갑자기 바이크가 멈췄다. 내가 그의 어깨를 너무 세게 잡아서 살살 잡으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보여주더니 배터리가 방전되었다고 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내 호텔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기에 그에게 내 휴대폰의 지도를 열어 주었다. 내 휴대폰이 그의 바이크에 장착되었다. 오토바이는 다시 사납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내 휴대폰의 화면이 자꾸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지도를 확인해야 하는 그가 서커스 같은 곡예운전을 하는 와중에 계속 내 휴대폰의 화면을 터치하며 화면을 밝게 만들고 있었다. 잘못하다가는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은 손을 풀어 그 대신에 스마트폰 화면을 지켜보다 어두워질 때마다 계속 터치를 했다. 덕분에 한 손으로만 그의 어깨를 잡고 중심을 잡아야 했다. 두 손을 잡고 뒷좌석에 타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는데 한 손만 잡으려니 꽤나 긴장이 되었다. 내 덕분에 그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내비게이션이었다. 이 순간 그와 나는 발리 도로의 운명 공동체였다.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안한 미소를 짓는다. 나 역시 화를 낼 수는 없어 그를 바라보며 괜찮다는 웃음을 지어줬다. 물론 이번 웃음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다음부터는 내가 호출하면 오지 마!! 짜샤.



참! 이번 서핑 수업에 처음으로 바다 위에 올라섰다.  오십 번도 넘게 물에 빠졌더니 이제야 감이 잡힌 것 같다. 다음에는 제대로 파도 위에 올라서 봐야겠다.


이전 07화 고맙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