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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ul 06. 2024

내 친구, 코인


발리에서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고급식당이 아닌 일반 식당에 가게 되면 십중팔구 파리와 음식을 나눠 먹어야 한다. 출입구가 개방된 곳이 많기에 음식이 테이블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파리들이 벌떼같이 달려든다. 파리들이 벌떼같이 달려든다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겠지만 아무튼 이곳 발리에는 파리가 정말 많다.

내가 자주 가는 식당 코인 카페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점심으로는 베이글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미소가 예쁜 종업원이 내 음식을 테이블에 놓자마자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더니 나보다 먼저 시식을 한다. 처음에는 그 장면이 조금 징그러웠지만 며칠 적응해 보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 너희들도 먹고살아야지.



그렇게 파리와 먹는 것이 익숙해진 며칠 후, 새로운 강적이 등장했다. 바로 길고양이 코인이었다. 코인이라는 이름은 그냥 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진짜 이름은 나중에 종업원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암튼 이 코인은 굉장히 이쁘게 생겼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앉더니 계속 내 팔을 긁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같으면 종업원이 달려와 고양이를 내게서 떼어놓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 발리에서는 그저 일상인건지 그 누구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고양이 코인을 옆에 두고 밥을 먹는데 좀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베이글을 조금 떼어주었더니 그건 또 쳐다보지도 않는다. 결국 나도 먹기도 모자란 닭가슴살과 베이컨 한 조각을 눈물을 머금고 잘라내어 그에게 헌납했다. 그러자 녀석이 재빨리 바닥으로 내려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는 다시 나를 쳐다본다.



안돼. 단백질은 나도 부족하단 말이야.



녀석은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귀여운 눈망울만 굴릴 뿐이다.



당분간 이 친구 덕분에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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