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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ul 08. 2024

발리에서 다이어트하는 법

원칙 세 가지


발리로 온 지 8일째,


체중계가 없어 체중을 재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 오기 전 허리 주위에 더덕더덕 붙어 있던 뭉치 살들이 현저히 사라진 것을 보니 몸이 한 결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하긴, 이틀에 한 번씩 두 시간씩 파도와 싸우고 바닷물을 먹고 뱉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열량이 소모되긴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50이 넘은 내 나이의 다이어트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포의 식단 조절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의 몸은 계속 근육을 잃어가고 그에 따라 기초대사량도 눈에 띄게 낮아지게 된다. 기초대사량이 무엇이냐? 그것은 우리 몸을 존재하기 위해 신체가 필요로 하는 열량이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며 신체 활동이 줄어들어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이 줄며 자연스럽게 신체활동도 줄어들어 간다고 보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견해일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기초대사량과 신체활동은 줄었는데 나이를 먹은 우리의 먹는 양은 젊은 시절에 비해 그다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른 신체활동과 취미가 줄면서 맛집 탐방 같은 먹는 낙에 집착을 하게 된다. 신체활동은 점점 주는데 먹는 양은 계속 늘어나니 살이 찌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게도 식단 조절은 큰 난관인지라, 한국에 있을 때도 잘 지키다가 친구들과의 술자리, 회사 회식 같은 변수가 있을 때면 와르르 무너지며 요요를 맞이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곳에서 정한 원칙, 세 가지.


첫째 호텔과 식당에서 주는 음식 말고는 일절 먹지 않는다. 


내가 묵는 호텔은 조식을 주는데 이게 양이 적은 편이라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이 호텔의 장기 투숙자 중에서 매일같이 호텔 조식을 먹는 이는 나와 중년의 러시아 남자 밖에는 없는 듯하다. 다른 젊은 투숙객들은 밤새 클럽에서 노느라 조식을 재끼는 경우가 많다. 오직 시계추 같이 생활하는 그와 나만 정확한 시간에 정해진 조식을 먹는다.



또한 점심과 저녁도 정해 둔 식당에서 주는 음식 외에는 먹지 않기로 했다. 근처 오전 시간에만 5천 원 정도에 브런치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나는 언제나 11시 반 경 그곳에 도착해 식사를 주문해 먹는다. 저녁은 서핑학교가 있는 쿠타 해변에서 먹고 올 수도 있지만 과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되도록 이곳에 돌아와 먹는다. 다행인 것은 식당의 메뉴가 거의 삼십 가지가 넘는 까닭에 질릴 틈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근처 편의점을 가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면 서핑을 하러 가며 비치워크 쇼핑몰의 슈퍼마켓에 들러 사기로 한다. 처음 며칠 편의점을 들르면서 신용카드 최저 사용금액 5000원가량을 맞추기 위해 빵이나 과자 같은 이것저것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게 된 까닭이었다. 지출도 줄이고 다이어트도 하게 되니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셋째 저녁 식사는 무조건 오후 여섯 시 이전에 마친다. 이는 한국에서보다 신체 활동이 많아져 배가 일찍 고파진 까닭도 있지만, 이른바,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보기 위함이 더 컸다. 저녁을 여섯 시 전에 먹게 되면 다음 날 조식시간까지 거의 14시간의 공복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가장 좋은 일은 잠을 일찍 자게 되는 것이었다. 아홉 시 무렵부터 배가 고파 오기 때문에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잠을 일찍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잠에 들지는 못하지만 늦어도 열 시 무렵부터는 잠에 들고 다음 날 여섯 시 정도에 잠을 깬다. 벌써 꽤 규칙적인 루틴이 되었다.



물론, 이 세 가지 원칙 외에 서핑과 수영, 검도 수련 등의 신체 활동도 틈틈이 하지만 생각건대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식단 조절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아닌가 한다. 저 세 가지 원칙만 지켜도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 내 뱃살을 한 움큼씩 훔쳐간 느낌이 든다.



궁금하다. 



앞으로 두 달 후 맞이하게 될
 내 사랑스러운 뱃살의 모습이



이전 10화 마침표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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