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평상 Jul 16. 2024

갑자기 우붓 1

프롤로그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갑자기 며칠 째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내 호텔이 떠올랐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갑자기 이곳 우붓으로 떠나온 지 벌써 나흘 째였다. 이곳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불현듯 짱구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현재 시각, 아침 여섯 시 악명 높은 우붓의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떠나기로 했다.  대충 씻은 후 얼른 그랩 어플로 바이크를 호출했다. made라는 이름의 드라이버가 왔다. 그는 멋진 가죽잠바를 입은 잘 생긴 사람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북한이 아니고요. 저도 김정은은 싫어한답니다.



그가 웃는다.



머리를 뒤로 묶고 있어서 일본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뇨. 순수한 한국사람이에요. 가끔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짱구로 손님을 태우고 가는 길은 처음이에요.



그의 말대로 길을 잘 몰랐던 그가 스마트폰을 자꾸 확인했다. 문제는 그의 바이크에 핸드폰 거치대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오토바이 수납함에 있는 스마트폰을 수시로 꺼내어 길을 체크했다. 그것도 고개를 숙여 말이었다. 나는 그의 운전이 불안했지만 그저 그를 믿고서 손잡이를 꽉 잡는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역할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했다. 그의 스마트폰이 방향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진행 방향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자 그가 나에게 길을 묻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내가 매고 있는 배낭 속에 있었고 그걸 꺼내기 위해서는 바이크를 멈추라고 이야기해야만 했다. 그게 번거로웠던 나는 그의 스마트폰 표시와 도로 이정표를 참고하여 호텔로 가는 길을 안내하였다.



당신 발리의 길을 잘 알고 있네요.



'이 양반아. 태평한 소리 하지 말아. 나도 그냥 감으로 때려 맞히고 있는 거야.'



마치 당신이 가이드고 내가 여행객 같아요. 하하.



'그러게 그럼 요금은 당신이 내면 되겠네.'



하하하



환하게 웃고 있는 그에게 나는 차마 나의 속마음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네 아이의 아빠라는 그는 아침 여섯 시부터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아이들이 하도 많이 먹어 부지런히 일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가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내가 어제 구입한 티셔츠를 디자인한 bandi라는 예술가와 그가 친구라는 사실이었다. 바로 한 집 건너 옆 집에 산다고 한다. 제주도만큼 좁고도 넓은 우붓이었다. 그는 자신의 예술가 친구를 아주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티셔츠를 좀 비싸게 주고 산 건 아닌가 하던 내 미심쩍던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바이크의 뒷좌석에서 바라본 이른 아침 발리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높고 푸른 하늘과 넓고 파란 논 밭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아름다운 발리 사람들이 있었다.



발리의 자연과 발리의 사람들은
나를 선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전 15화 중년인 내게 로맨스, 아니 로맨스 스캠이 찾아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