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일우야!

세체니온천-시민공원

by 옥상평상

11살 일기

우하하핫! 오늘은 내 생일이다.


9살 일기

형은 좋겠다. 생일을 유럽에서 보내서. 내 생일까지 여기 있고 싶다.




헝가리의 온천은 2000년 전 목욕을 즐기던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출발한다. 그 후 이 땅에 들어온 오스만 투르크인들은 로마식 목욕탕을 터키식으로 변형했다. 터키탕이라는 용어는 바로 이것에서 나왔다고 한다.

오늘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세체니(Szeczenyi) 온천에 가기로 했다. 부다페스트 온천의 대부분이 다뉴브 강 건너 부다 지구에 위치해 있는 반면, 세체니 온천은 페스트 지구에 있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와 가까이 있었다. 잠시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어 좋았고 나름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을 가 본다는 상징성도 있었다. ‘부다페스트’라는 이 도시의 이름은 언덕이라는 의미의 ‘부다’와 평지라는 의미의 ‘페스트’가 결합한 것으로 과거에는 별개의 도시였다고 한다.


“생일 축하해. 일우야.”


잠이 덜 깨어 손등으로 느릿느릿 눈을 비비고 있던 일우에게 축하인사를 했다.


“예? 아... 나 생일이었구나.”


자기 생일을 본인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 아마 한국에서처럼 생일파티는 못하겠지만 그 대신에 온천에서 물놀이하며 놀자.”


생일파티가 없어 아쉬울 법도 한데, 그런 기색 없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우가 고마웠다.

세체니 온천을 가기 위해선 어제 들렀던 영웅광장을 지나야 했다. 광장과 시민공원을 연결하는 다리 앞 노점에서 프레첼을 사 먹었다.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아이들의 입맛에 꼭 들었던 모양이었다. 하나 더 사달라는 걸 억지로 달래어 얼른 온천으로 향했다.

세체니 온천 입구의 장식들

지하 12,000미터에서 뽑아 올린 온천수를 사용하는 세체니 온천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10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유럽 최대라는 점이 신기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의 몇 몇 나라에서는 최대나 최다 타이틀은 얼마 안 지나 금방 깨지는 것이 보통인 까닭이었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은 최고라는 타이틀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고 있는지도 몰랐다.

“생일 축하해!”


야외 욕장에 들어가자마자 혁우와 내가 일우에게 물을 뿌렸다. 생일 폭죽 대신 물세례였다. 한국에서처럼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하는 제대로 된 생일 파티는 아니었지만 야외 온천에서 즐기는 우리만의 특별한 생일 파티였다. 일우 역시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듯 보여 다행이었다. 특히나, 형제들은 중앙 부분이 회오리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유수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기차놀이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온천에서 물놀이를 마친 후 잠시 시민공원에 들렀다. 시민공원 어딘가에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흉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구글 지도를 아무리 돌려도 찾기가 힘들었다. 가뜩이나 목욕 후, 체력이 방전된 상태인지라 일단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어쩌면, 특별히 안익태의 흉상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애국가의 원곡인 '한국 환상곡'을 작곡했던 그가 제국주의 일본을 위해서도 '만주 환상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오랜 사우나로 피곤했을 뿐.

평화로운 풍경의 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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