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식탁

by 힐링튜터

<오늘의 기본 - 소원>


p47> 식사란 몸에 영양을 공급해 하루를 건강하게 지내게 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의식(意識):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

의식(儀式): 일정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행위, 혹은 그 형식.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의식 (意識)이며, 필요한 것은 의식 儀式이라 생각한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서도 지금 이 순간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마음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순간 깨어 있는데 있기 때문이라고.


이 순간 깨어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집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집중할 때 우리 머리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지나가는 무수한 생각들 사이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때 타인을 배려하고 내가 원하는 바른 행동을 하게 된다. 만약 인식하는 작용이 깨어 있지 않다면 우리의 행동은 본능에 충실한 원시인과 다름 없다.


나는 매운 고추, 땡초를 아주 좋아한다. 푹 찐 양배추나 상추에 된장만 찍어 땡초를 얹으면, 그 조합만으로도 완벽한 쌈이 된다. 5~6월 제철 호박잎과 제철 야채로 된장을 짜작하게 끓여 먹는 잎쌈은 말 그대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하지만 땡초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나를 무의식으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이마와 머리밑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코끝에서는 맑은 콧물이 흐른다. 매운맛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매운 맛을 느끼고 싶어 어느새 다음 쌈을 만들고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지금 나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무엇을 먹든, 무엇을 하든 결국 중요한 건 ‘깨어 있음’이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한 식사도 하나의 작은 ‘의식(儀式)’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결혼식, 생일잔치, 돌잔치 같은 특별한 날의 의식처럼 정성껏 준비하고, 좋은 그릇에 담아내는 식사. 그 속에 마음을 담는 행위 말이다.


예쁜 그릇 하나를 꺼내고, 빠른 음식 대신 야채나 과일처럼 손이 많이 가는 재료를 써서 ‘나를 대접하는 식탁’을 차려본다. 어쩌면 느리고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나를 의식의 자리로 이끈다. 의식 있는 삶은 결국, 그렇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 오늘도 식탁 앞에서 작은 의식을 치르듯 조용히 깨어 있는 나를 느껴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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