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을 통한 자기 인식
<오늘의 기본> - 소원
p.288 소란스러운 일상에 단정하고 순수한 감각이 필요하다면 흰 물건을 애용해 봅시다.
소란스러운 일상에 단정하고 순수한 감각이 필요하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떠올릴까. 문득 방 안을 둘러본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이 책상과 의자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책, 장난감, 학용품, 옷. 아이들이 자라면서 장난감은 많이 정리했지만, 여전히 인형, 공룡, 레고 블록들이 베란다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 맥시멀리스트라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건 단연 책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학용품과 옷.
소란스러운 일상에 지치고 번아웃이 올 때면, 나는 자연스레 책을 집어 든다. 특히 우울하거나, 휴대폰에 익숙해져 집중력이 흐려진 날이면 소설책을 펼친다. 처음에는 느리게 읽히던 문장이 어느 순간부터는 빠르게 흡수된다. 주인공들의 삶에 빠져들고, 어느새 그들과 함께 웃고 울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그렇게 감정의 파도 속을 헤엄치고 나면, 잊고 있던 감각이 조금씩 깨어난다. 즐거움, 분노, 슬픔, 설렘. 다양한 감정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현실에서도 내 감정을 조금 더 선명히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생기를 되찾는다.
나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물건을 살 때는 지갑을 열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책, 음식, 옷, 여행에는 아낌없이 돈을 쓴다. 그러고 보니 내 소비 패턴 속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잠시 눈을 감고 중요한 것만 남겨 놓은 미래의 거실 풍경을 떠올려 본다. 거실 중앙에 배치된 식탁과 의자. 식탁에는 소설책과 차 한잔, 그리고 노트북이 있다. 창밖이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나. 잠시지만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까지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일상이었지만, 『오늘의 기본』을 읽으며 문득 깨닫는다. 내 삶에서 정말 소중하고 지켜야 할 기본은 무엇인지. 그 답은, 조용히 나를 회복시켜 주는 나만이 아는 감각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