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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Feb 06. 2022

왼손도 오른손처럼 되도록, 시작하는 힘

했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 중, 정신이 있다는 것과 손을 사용한다는 점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함께 한 사실이다. 앞뒤를 생각할 수 있는, 사색하고 창조하며 성장하는 살아 움직이는 정신력과 손과 손가락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이념과 보이는 문명의 세계를 키워왔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신체에서 손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를 논할 이유는 없다. 신체의 어느 부분도 소중하고 고마운 역할을 하지 않는 부분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공평하게 주어진 창조물은 우리 "신체의 각 구성 부분뿐이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신체의 모든 부분은 똑같이 중요하다.


그런데 나의 경우를 보면 왼손은 오른손만큼 힘이 세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른손의 힘이 강할 뿐만 아니라 주로 오른손을 쓴다. 우리 대부분은 왜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을까. 인간이 손을 사용하여 각종 공구를 만들어 내면서 문명을 구축하기 시작했던 그때에도 오른손은 우선순위였을까, 신체구조상 두 개씩 있는 것엔 항상 앞서는 쪽이 있어야 할까, 아니면 둘만 모여있어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안도감을 느끼는 인간의 사회적인 본능 때문일까? 사실 어느 쪽이 먼저였나 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왼손잡이도 있다. 그리고 서양사람들은 오른손잡이 못지않게 왼손잡이가 많다고 한다. 유독 한쪽에 집중돼버린 현상을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익숙했던 것만을 옆에 두고 살았던 마음을, 습관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시도할 수 있었지만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 했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용기 있게 과감한 도전을 해보자는 얘기다.


"형사 가제트"라는 외국 드라마가 있었다. 형사 가제트는 자유자재로 팔을 늘였다 줄이는 기계인간이었던 것 같다. 가제트처럼 양손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팔이 늘어나진 않아도 예전보다 양손을 많이 쓰긴 한다. 양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는 변화는 현대인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 덕분에 양손을 더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행운?을 얻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좌뇌 우뇌의 올바른 발달을 위해 어릴 때부터 양손잡이로 키우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나이 드신 분들의 두뇌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치매예방에도 좋다고), 양손, 양손가락을 골고루 쓰는 방법을 훈련하는 홍보? 도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일부분 증명되기도 했고 뇌의 훈련 습관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양손을 썼던 것보다도, 전혀 쓰지 않고 살던 왼손을 혹은 오른손을 새롭게 사용해 오른손처럼, 왼손처럼 익숙해지면 훨씬 좋다. 촉촉한 두뇌가 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훈련의 개척으로 인한 신세계도 맛볼 수 있다.


악기를 배우는 일도 쉽진 않지만 여러 해 전에 용기를 내 플루트를 시작했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스스로 악기로 연주를 하게 되며 얻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거기에 고맙게도 악기는 한 손만으로는 배우기 힘들다. 손가락을 수시로 움직여야 하는 플루트는 자연스레 왼손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다. 악기 연주에는 왼손과 오늘 손이 공평한 주역이 된다. 일하고 먹고 삶을 생존시키는 직접적인 행위는 모두 숙달된 오른손으로 빠르게 신속히 처리하고 살았다. 악기를 하면서 조금은 나아졌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의 왼손에게는 어떠한 훈련의 특권도 주지 못했다. 오직 나는 오른손만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지금까지 살았다.


새로운 결심과 각오로 새해를 맞았다. 이미 "작심삼일"이라는 말로 허해 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인 결심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인, 보이는 것의 성취를 위한 결심은 훨씬 효과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호기심에 앞서 두려움도 줄 수 있지만, "하루 한 끼는 왼손으로 하기" "왼 손으로 글쓰기" "걸을 때 왼발에 더 힘주기" 등 직접적인 작은 목표를 정해 하루라도 실천해 보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다. 저녁이면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커다란 목표를 향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들의 성취를 통한 만족감을 얻고 스스로 격려하면서 한발 한발 목표를 향해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얘기다.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반대편의 몸을 움직이면 "소확행"을 매일 경험하며 살 수 있다.


이제 왼손도 오른손으로 여기고 살아야겠다. 겉으로는 아무 티도 안내지만 왼손은, 왼팔은 오른팔에 비해 너무도 약하다.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하며 버티어 왔지만 오른팔도 이미 지칠 만큼 지쳤을 것이다. 이제는 왼팔로 다시 시작해보자. 마치 아이가 처음 수저를 들고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왼손도 오른손이 거쳐왔던 일을 지금부터라도 감당해 낼 수 있도록 훈련시켜보자. 힘이 들 것이다. 이 나이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 것이었지만 몰랐던 신비함을 깨워내는 일은 앞으로 나가는데 많은 힘을 줄 수 있다.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함께 하도록 익숙해지는, 시작하는 힘이 인생 면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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