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속에
제 한 몸 간신히 버티기도 힘들었던 매일매일을
우리들은 견디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입추가 지난 오늘 아침,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한가닥이라도 불어와
뒷마당 텃밭으로 나가 본다.
더위에 멈춰버린 것 같았던 계절
이 여름에도,
풀은 아무도 모르게 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풀"이었는지
"풀"이 "나"였는지
상추는 사라진데도 없고
온 밭이 풀로 가득 찼다.
"내"가 "풀"인지
"풀"이 "저"인지도 모르는 세상에
굳이 뽑으려 애쓸 필요 있으랴...
풀이 제 몫을 한 건지
제 몫을 못한 내 탓에 풀이 채워준 건지
빈틈없는 땅만 진실을 알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