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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ug 30. 2021

묵은 김치

오래된 김치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우리 집은 부엌 안쪽에 있는 다용도실이 좁은 편이다. 그래서 작년에 이사 올 때 김치냉장고를 둘 곳이 적당치 않아 고민하다가 바깥 창고 한쪽 켠에 두었다. 이후로 오래 보관할 김치 등은 창고에 있는 김치냉장고에 둔다.

음식 솜씨가 없는 나를 위해 소중한 분들이 김치를 담 때마다 넉넉히 나눠주셔서 해마다 넣어둔 김치가 꽤 된다. 김치냉장고에서 익을 때 조금씩 먹고, 해를 넘기기도 해서 우리 집엔 묵은 김치가 넉넉한 편이다. 동치미는 해를 넘기면 군내가 많이 나서 해를 넘기기 전에 먹는 것이 낫지만, 곰삭은 김치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시어지면 볶아먹고 부침개도 해 먹고 꽁치통조림 하나만 있으면 일품요리도 금방 가능하다.


특별히 나를 아껴주시는 어르신이 작년에 집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담근 김치를 큰 통으로 한통이나 주셨다. 어머니의 손끝 맛이 살아 있는 김치를 소중하게 김치냉장고에 넣고 근 일 년을 재워두었다. 특별한 반찬도 없고  여름 끝물에 가족들의 입맛도 지쳐갈 즈음, 작년 김장김치 생각이 났다. 그런데 개봉을 해보니 너무나 맛있게 익어있었다. 김치냉장고라 해도 오래 보존하면 가끔씩 군내도 나는데, 이번 김치는 군내도 없고 배추를 집에서 심은 것이라 그런지 작은 포기지만 더 아삭거리고 고소하며 적당한 신맛이 익은 김치의 품위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맛있는 김치였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외할머니가 담아주셨던 김치 맛이 느껴졌다. 묵은 김치로 다른 요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김나는 하얀 밥에 김치만 올려 한 숫갈 씹어 넘기기만 해도 진하고 정직하게 맛있는 맛이 그대로 느껴져, 식구들이 오랜만에 맛있는 김치와 푸짐한 식사를 했다. 올 김장철이 오기 전까지 아껴서 먹을 소중한 김치다.








p.s. 오래된 김치같은 마음의 가곡

이수인님의 "고향의 노래"를 "한국 남성합장단의 합창곡"으로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_mqKzZ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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