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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Oct 11. 2021

"이명" 나의 워낭소리,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워낭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워낭"은 소나 말의 목에 매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나게 하는 방울을 말합니다. 소 목걸이에 달려있는 방울이지요. "워낭소리"는 워낭을 달고 있는 소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방울 소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도에 "워낭소리" 영화가 1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해, "워낭"을 본 적도 없고 더욱이 "워낭소리"는 아예 들어본 적이 없는 도시인들까지도 "워낭소리"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알정도로 우리 귀에는 익숙해진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명"에 대한 글을 쓰려는데 왜 "워낭소리"가 생각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소리"라는 단어의 공통점에서 연상되었는진 모르지만, 워낭소리는 소의 움직임을 주인에게 알려주는 객관적인 신호라면 이명 소리는 어쩌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매 순간 각인시켜주는 주관적인 신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명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이명(Tinnitus)"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귀에 무슨 소리가 나는데? 어떤 소린데? "이명 소리" 혹은 "뇌명"(이번에 찾아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소리에 대한 설명을 찾아봅니다.

"이명은 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 소리를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본인은 이명으로 인해 괴롭더라도 주변 사람은 그 소리를 듣거나 느낄 수 없습니다."(아산병원)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441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완치되기는 힘들다고 하니, 100%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듯싶습니다. 청력이 저하되고 나이가 들면서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지만, 조사에 의하면 30대 이상에서 이명을 경험한 사람들이 20%, 65세 이상에서는 28% 정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면 노화 원인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명 소리와 함께 했습니다. 아마 어릴 때 마른 귀를 잠시 앓았던 영향으로 생기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난청이나 다른 귓병도 없건마는 이명 소리는 저의 벗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는 이명 소리를 두드러지게 느끼진 못했는데 요즘 부쩍 소리가 커진 것 같아 힘이 듭니다. 잘 다스리고 있는 정도를 넘긴 것 같은 염려 때문에 병원에 갈 생각을 해봅니다. 이명에 대한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결국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이명을 잊고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인생 이명 소리"가 조용해져 요즘 같으면 사는 맛이 있다고 생각되는 때, "삶은 경주"임을 잊기라도 할까 봐 귀에서는 매미가 계속 "애앵"거리고 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은 내년을 위한 거름으로 땅을 덮어주고, 산책하는 데크길 옆으로 흐르는 강물이 외로울까 봐 햇살은 은비늘을 쏟아내려 강물을 반짝여 줍니다. 그렇군요.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도 서로에게 힘이 되며 아픔을 보듬어 주고 있네요. "인생 이명 소리"가 줄어들어 좋았던 교만한 내 마음을 깨우쳐주기라도 하는 듯 "이명 소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받아들여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인생 경주는 완만하고 옆을 돌아보며 가는 경주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귀에는 이명 소리가 안 들리는지요. 그렇다면 너무나 큰 축복을 받으신 분이군요. 지금 우울하고 삶에 지쳐있다고 생각되거나 혹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염려에 쌓여 있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 보세요. 당신을 각인시켜주는 "웨~엥" 이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정말 큰 축복을 받은 분입니다. 이명 소리가 안 나니까요... 이명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신 분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무엇이던, 지금 당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짐들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들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만고의 진리가 반드시 그렇게 되게 할 것이니까요.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오늘을 견디면 됩니다. 이명 소리를 친구 삼아야 하는 제게는, 이명 소리를 덮을 수 있는 삶의 분주함과 다른 이들의 소리에 더 귀를 열어두며 자연의 소리 속에 이명 소리를 동화시켜보려 오늘도 마음 쓰는 하루입니다.





강물결 위로 쏟아지는 은빛 햇살들 / 오래된 터키의 워낭


이명 제대로 알고 치료하자!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548





p.s.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이 세니아" 중 아리아 "라 맘마 모르타(La Mama Morta)"를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oZi2fovn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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