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대추 먹자! 대추 먹어야 오래 산단다!

텃밭 왕대추 첫 수확을 강아지들과 함께...

by opera



뒷 채마밭 울타리로 심어둔 대추나무가 2년이 되니 한 키만큼 자라 꽃이 피었다. 작은 꽃망울이 다닥다닥 달리더니, 장마 지고 더웠던 여름을 거치면서 제법 알 굵은 대추로 성장했다.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고, 아직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아이들도 있다. 다 따도 작은 소쿠리 하나도 못 채울 양이건만 달려있을 때까지 달려있게 하고 아침이면 하나둘씩 따서 먹고 있다.


매달려 있는 고통을 느낄진 모르겠으나, 이는 산고의 고통이니, 감사하며 감내해야 한다는 억지 철학을 뇌까리면서 물안개 낀 강가를 바라보며 대추를 몇 개 딴다. 달다. 아삭거리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마치 맛있는 사과를 한입 베어 먹는 것 같다. 종자 개량한 "왕대추"라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왕대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추나무야 한번 심어놓으면 별로 손이 안 가고 수확이 가능하니 농가에 소득작물로 인기가 높을 것 같았다.


처음엔 많이 달렸었는데, 물도 제대로 안 주고 영양분도 안 줘서 인지 많이 떨어졌다. 끝까지 살아남아 매달려 있는 아이들은 이제 우리들의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끝까지 남은 녀석이나 미리 떨어져 밭에 떨어진 녀석들이나, 왔다 가는 운명이야 같긴 하지만 하나는 내년을 위한 제 거름으로 하나는 내게 왕대추의 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동네에는 대추나무를 심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한 두 그루씩은 심겨 있는 것 같다. 엊그제 이웃 지인이 딴 대추를 가져다줘 맛을 봤다. 육질이 약간 두꺼웠다. 내 생각엔 우리 집 대추가 제일 아삭거리고 맛있는 것 같았다. 같아 보이는 왕대추묘목이라도 어디서 자랐는지, 또 어디에 심겼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이리도 다른 맛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자연의 위대함이요,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신의 선물인 농산물의 맛이 아닐까 싶다.


몇 개 되지 않는 대추는 오롯이 내 몫이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대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렸을 때엔 대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대추 하면 쭈글거리는 모양이 연상될 정도로 대추는 약재와 어르신들이 즐기는 과일(?)로, 특별한 가을 식재료였던 것 같다. 그런 대추의 인식이 바뀌었던 것은 터키에서 먹었던 "대추야자"의 달콤함에서 시작된 듯싶다. 다만 대추야자는 달아도 너무 달았다. 그래도 터키를 한 번이라도 가봤던 사람들은 다들 대추야자를 사 왔을 것이다.


아이들은 대추를 좋아하지 않지만, 개 딸내미들은 왕대추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대추를 몇 개 따서 한입 베어 먹고, 얇게 썰어 개딸들에게 준다. 사람 딸보다 나를 더 따르면서(?) 오직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개 아이들이다. 너무 달아서 많이 줄 순 없다. 조금씩 주고 "앉아, 엎드려" 교육도 시키면서 약간은 민망스러울 정도로 대추 가지고 얘들을 약 올리는 건 아닌가 싶다.


보리는 앉았다 섰다 하다 치사해서인지(?)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한다. 승리는 말도 안 듣고 오로지 대추만을 쳐다보면서 끝까지 버틴다. 그래! 치와와의 고집을 누가 이기랴. 얇게 썬 대추 조각을 조금씩 잘라 주고 나머지는 먹는다. 보리는 사과를 즐기니 대추는 당연히 아싹거리며 씹어먹는다. 개들이 유일하게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 단맛이라니 아삭거리고 달달한 대추가 오직 맛있을까...


"대추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옛 속담이 귀에 익었는지, 대추를 보면 별로 당기지 않아도 하나씩은 먹었던 추억이 있다. 옛 어른들이 대추를 먹게 하려고 이런 말을 만드셨는지는 몰라도, 대추는 영양가가 높은 과일이다. 소화기능을 도와 속을 편하게 해 주고, 호흡기와 불면증에도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며, 속담대로 노화방지를 돕는 과일이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능도 있다 하니,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로 힘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과일이고 특히 요즘 코로나로 힘들 때 하나씩 먹으면 마음의 위안도 얻을듯하다.


터어키 등 중동지방의 명물인 대추야자(종려과)는 우리의 대추나무(갈매나무과)와 종은 틀리지만, 왕대추를 말린 것으로 아랍에미레이트의 갑부 "만수르"도 즐겨먹는 건강과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추야자의 효능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 및 기력 보충, 항산화 작용 및 눈 건강에도 좋아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건강과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는데 기력 보충에서 암시되듯이 당도가 높은 과일이라 과량 섭취 시에는 비만이나 당뇨 등 단것 섭취를 줄여야 하는 성인들에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많이 심는 왕대추나무의 대추열매도 몸에 좋은 여러 효능도 많지만, 당도가 높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얘들아 대추 보면 꼭 먹어야 된단다. 대추 많이 먹어야 오래 산단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

대추를 바라보는 보리와 승리의 눈빛이 반짝이면서 "예"하고 복창하는 것 같다. 대추 한 조각이 무슨 보약이야 되겠냐마는 강아지들의 건강을 간절히 바르는 마음으로 저민 한 조각의 대추는, 아이들과 마음으로 교류하는 사랑의 징표가 아닐까 여기며 건강한 일상을 꿈꿔 본다.



대추를 기다리는 강아지들.

아침에 딴 왕대추.

몇 개 달리지 않은 대추가 허공에 떠 있는 초록의 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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