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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Nov 18. 2021

여든 다섯 초밥장인 지로 씨의 사그라들지 않는 꿈

넷플릭스 초밥 장인  "지로의 꿈"을 보면서



넷플릭스 채널을 돌리다가,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다. 2011년 개봉된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것으로, 도쿄의 "스키야바시 지로"라는 스시집을 운영하는 85세의 "오노 지로"씨의 초밥에 대한 사랑과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나는 바닷가 출신이라 그런지 생선을 좋아하는데 특히 회를 좋아한다. 자주 먹을 기회는 없지만, 생선회를 그냥 넘기기는 어렵다. 그런 초밥(스시, suhsi, 寿司 すし)을 만드는 요리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라 관심을 가지고 단숨에 시청했다. 한 시간이 조금 넘은 내용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청한 나의 생각을 쓰는 것도 좋겠지만, 그들이 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나의 느낌이나 감동은 그저 한 줄로도 충분했다. "땀의 결과는 배신하지 않는다. 이렇게, 좋아서 하는 일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번역되어 자막에 표시된 "지로"씨와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로 씨의 아들 요시카즈가 가는 수산시장 생선장수의 자부심,

"우린 우리 수산물을 아무한테나 팔지 않습니다. 진가를 아는 분께 만 팔죠. 내 나이에도 새로운 기술을 속속 깨닫습니다. 다 안다 싶어도 결국 "자기기만"임을 깨닫고 나면, 기분만 우울 해져요."


지로 씨의 초밥집 수습생 이야기,

지로 씨의 수습생은 수습 생활 10년이 지난 후에야 달걀을 만질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 그는 달걀 초밥 요리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첫 수습생은 뜨거운 수건 짜는 일부터 시킨다고 하는데 펄펄 끓는 물에서 건져낸 수건이라 거의 손이 델 지경일 정도라고 한다. 익숙해지면, 생선 등 초밥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밥을 짓게 되고 손에 어느 정도 감을 느끼게 되면 훌쩍 십 년이 지난다고 한다.

십 년이 지나야 달걀 초밥을 만드는데 생선 초밥은 더 많은 세월의 미래를 요구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일본의 젊은 친구들도 견디기 힘들어 수습생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장인 정신의 출발부터 보여주는 말이다.


수습생을 보는 지로 씨의 생각,

"하지만 말로 배울 수 있는 건 많지 않죠, 제 스스로 익혀서 배워야 합니다. 느껴서 배워야 합니다. 초밥을 만지는 것은 병아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녀석(수습생)이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것을 먹어 봐야 하죠.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하는 미각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미각 없이는 맛있는 요리를 못합니다. 손님보다 미감이 떨어지면 손님을 감동시키지 못하죠"

뛰어난 미각과 후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고난 감도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연습과 학습이 필요하다.


초밥에 대한 지로 씨의 사랑과 열정,

"초밥은 차갑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차갑지 않습니다. 체온과 같은 온도가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식지 않을 방법도 연구하고 적당한 때를 맞춥니다. 적당한 때를 통달하는 것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직감을 발전시켜야 아는 거죠. 결국 내 손이 초밥을 알아차려야 된다는 말입니다. 초밥은 완성되자마자 먹어야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드실 그때 초밥을 만드는 것입니다."

"초로 맛을 낸 밥과 위에 얹는 초밥 재료의 일체감이 필수적이며 그런 조화 없이는 맛이 없습니다. 순서도 중요합니다. 더운 음식, 찬 음식 등 메뉴의 흐름과 기복이 있습니다."

초밥 하나에 인생의 조화와 흐름과 기복을 달관한 그의 철학이 표현되어 있다.  


초밥요리평론가 00 씨의 표현을 빌자면, 지료 씨의 초밥 추천 코스는 스키지 시장의 최상품 생선으로 그날의 코스 메뉴를 만든다고 한다. 다양한 생선들이 음악처럼 역동적으로 등장하는 코스 메뉴를 먹는 것이 3악장의 협주곡을 듣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썼다. 예약제로 받는 손님들 앞에 술 없이 오직 초밥으로만 연주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주의 바탕에는 깊은 배려가 있다고 했다.

"손님의 성별에 따라 초밥 크기를 달리 만듭니다. 같은 크기로 만들면 식사 속도가 달라, 여자 손님께는 작게 만든 초밥을 드려서 식사를 동시에 마치게끔 배려하죠. 남녀가 여기저기 섞여 있으면 헷갈리지 않나요? 일단 앉으신 순서를 외웁니다. 남자 여자 여자 남자 이런 식으로요, 손님이 왼손잡이면 초밥을 왼편에 내줘 손님 특성에 맞춰갑니다. 내가 왼손잡이가 왼손잡이 심정을 합니다."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어온 행동습관이 호흡처럼 몸에 배어 있지 않다면 그 짧은 순간에 행동으로 나올 수 없는 일이다.

 

지로 씨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던 사실은 "감칠맛"에 대한 그의 표현이었다.  "감칠맛"이란 원래 있는 맛이 아닙니다. 만들어진 맛을 제대로 느낄 때 알 수 있는 맛입니다." 초밥용 밥과 간장과의 향미의 균형이 잘 잡힌 맛에서 우러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때에 감칠맛을 알 수 있다는...  감칠맛은 요리사와 재료에 의해 만들어진 맛을 내가 느낄 때 알 수 있다는 맛이다. 깊이가 있는 요리가 아니라면 어찌 감칠맛을 느낄 수 있겠느냐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다


"좋은 참치를 확보하면 기분이 좋죠, 초밥을 만들면서 승리감을 맛봅니다. 그만큼 기쁘죠. 마지막 날까지 최고의 생선으로 초밥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로 씨가 내어 놓는 초밥 한 점마다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의 초밥을 먹는 손님들은 최고의 초밥을 먹기 위해 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즐거움이면에, 그의 철학을 먹는 값어치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미슐랭 평점 별 셋을 받은 최고의, 최고령 요리사로서 세계 기네스에 올라있는 팔십도 훌쩍 넘은 노인이지만, 더 나은 초밥을 만들기 위한 열정과 꿈을 놓지 않는 어른이었다.


그의 아들 요시카즈 말도 마음에 와닿는다. "예전보다 좋은 생선이 드물지만 그래도 용케 그날그날 충분한 양을 사 옵니다. 초밥 레스토랑 주인이라면 몇 가지 생선의 대체 품목을 물색해야 하겠지만, 참치를 뭐로 대신할까요. 제 생각엔 없어요. 좋은 생선이 점점 부족해질 입니다. 문제는 "남획"입니다. 참치가 100kg 급이 될 때까지 족히 십 년은 걸리는데, 그물망 그물과 전망으로 마구 잡아들입니다. 그래서 큰 고기만 잡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합니다 장사를 하더라도 그저 입만 생각하지 말고 자원 보존과 보존과 이윤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의 철학을 가지고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삼십 년이 넘도록 아버지 옆에서 초밥을 배워가는 그의 아들 요시카즈가 말한다.

"앞을 보고 위를 바라보며 살아야죠, 항상 노력해서 발전을 꾀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 제게 가르쳐주신 교훈이 바로 그겁니다."


지로 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말한다.

"똑같은 일을 열심히 반복하면 됩니다. 그 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요시카즈는 그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돼요. 반복하면 돼요. 그 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85세도 넘은 "지로"씨의 꿈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아직은 파란 배춧잎 같은 나의 인생 여정(旅程)에서도 열정과 반복의 교훈을, 머뭇거리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 애쓴다. 똑같은 일들의 반복이지만 오늘도 살만한 날이고, 순간순간 감칠맛 나는 맛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일상이 있으니 말이다.




p.s.

초밥이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과도 같다며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Mozart Piano Concerto No. 21, C Major, K. 467, 2악장 (Elvira Madigan, Piano Concerto No. 21) 손열음 님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azDUeJMa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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