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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an 23. 2022

미운 사람 버리는 힘

상처 준 사람 버리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미운 사람이 꼭 있다. 미운 짓을 했기에 밉기도 하지만, 그냥 미운 사람도 있다. 사실 그냥 미운 사람은 없다. 참고 살자는 스스로에게 언젠가 상처를 입혔던지, 직 간접적으로 해를 준 사람이다.  잊고 살자고 누르는 이성적인 스스로 와는 달리,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떠 올리기도 전에 싫음으로 반응한다. 우리의 육신은 이성보다 훨씬 솔직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대중가요에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노래가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표현은 너무도 한민족적이다. "미운데 뭘 다시 한번?" 이 맞는 말이겠지만, 우리의 정서는 "다시 한번"에 있다. 내게도 "미워도 다시 한번"은 조직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늘 적용됐었다. 상대방이 그런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그저 참고 넘기면 별것 아닐 수도 있으리라. 다시 한번 이해하고 잘 지내보리라.

 

"착함"이 바탕된 우리의 정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사정이 있었겠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때때로 그런 행동은 소화되지 않은 것처럼 더부룩하게 항상 속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 소화되면 좋으련만 미운 사람은 미운 행동을 또다시 하는 경우가 많고, 상처받는 이는 항상 상처를 받고 산다.


그래서 미운 사람은 미운 그대로 흘려보내는 게 낫다. 신앙적으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불교의 "자비심"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좋겠다. 그저 나와 늘 부대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중에 유독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는 미운 사람이 있다면, 굳이 받아들이려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의미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피라미드 꼭대기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존중의 욕구를 넘어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굴하여 이상을 실현하며 성장시키고픈 욕구를 말한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이 단계에선 미운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을 수 있다. 모두를 이해하고 품어주며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신적인 중압감에 눌릴 수도 있으므로... 이상적인 사회생활을 꿈꾸는 나의 고매한 인격은 참고 이해하면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라는 환상에 잡힐 수도 있다.


그래도 결국은 미운 사람을 품고 살기 위해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운 사람을 밉지 않게 생각하려고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스스로 받는 상처가 너무 부담스럽고 크다.  노력했어도 미운 생각이 든다면 그냥 미운 상태로 둬버리자. 미운 사람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던 스스로의 고통을 털어줘야 한다. 굳이 스스로를 화장(化粧)시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받아들이려 애쓸 필요가 없다.


미운 사람 보내기는 정말 힘들다. 힘들기 때문에 버리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상처를 준 사람, 그 상처 때문에 쉽게 회복하기 힘든 시간을 보냈던 때를 생각하면 미운 사람은 평생을 미워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조차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상처를 준 사람, 미운 사람은 상처를 준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내 마음을 점령함으로 나를 더 고통스럽게 할 때가 있다. 미운, 그 사람을 미운 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움" 자체가 관심이란 것을 빨리 깨닫고 "무관심"으로 대응해, 귀한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우려고 힘차게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힘이 필요한 것이다. 의식적으로라도 버리려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세월엔가 무관심한 내 마음은 미운 사람과, 새롭게 그에 맞는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운 마음도 생기지 않을 때가 가장 큰 복수라고 했다. 미운 사람에게도 무관심해지고 담담해지는 힘이 "인생 면역력을 올리는 힘"이다.




p.s.

천리향 꽃망울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기다림은, 따뜻한 겨울 햇살만큼 고마운 향기로 돌아왔습니다.

함께 나누고파 향기를 담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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