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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은 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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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
May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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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은 꽃이 아닙니다.
하얗고 붉고 노랗게,
보랏빛으로 화려하게 단장했던 꽃들이
제각각의 얼굴을 자랑하고
아름다운 자태와 깊은 향기를 펼쳤던 사월도
봄의 절정은 아니었습니다.
온 마당을 환하게 밝혔던 커다란 목단꽃 잎이 다 떨어진 자리엔
후대를 위한 왕관이 맺혔습니다.
목단꽃이 진 후에서야 눈에 보이는,
더덕은 지줏대를 발판으로 제 작은 몸을 마음껏 펼쳐가기 시작합니다.
목단 아래 구석에서 잎을 틔우던 매발톱은
나지막한 몸을 키워가며 각양의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사이의 둥굴레는 다소곳이 고개 숙인 부끄러움 속에서도 하얀 꽃등을 태웁니다.
그저 하늘을 향해 올라가려는 으아리나,
사방 펼친 팔로 휘어 감는 금낭화도
사이좋은 동무일 뿐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이 마당 곳곳에서 신록과 하나 되며
조화를 이루어 갑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여름을 만나고 가을을 겪으면서 서로의 태생으로 자라 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에는 생존의 길목에서
정체성을 나타
내
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봄의 조화로 이미 하나 됨을 경험한 아이들입니다.
이 봄은
아직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헤쳐 나갈지 모르는
각각의 생명들이 서로를 부대끼며
올라오는 어울림 있는 공연의 장입니다.
봄의 절정은 향기롭고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아닙니다.
어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생명의 푸름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춤추며 올라오는 어우러짐입니다.
함께 하는 어울림입니다.
공존하기에 이어질 수 있는 어울림이 봄의 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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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공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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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원 가꾸며 흙에서 배워가는 자연 속 일상의 다양함과 여행으로 얻는 인문기행기를 쓰고 그리며, 순간의 이어짐을 소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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