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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아침 마당 풍경

by opera


비가 긋다 내리다 반복하는 멜랑꼴리 한 아침입니다.

마당을 돌다 내내 마음에 걸렸던

연꽃화분에 눈이 갑니다.

분이 작아 꽃을 한송이 밖에 피우지 못한 듯해,

제법 큰 고무화분을 주문했습니다.

마침 주변에 강 흙을 퍼다 놓은 곳이 있다 해,

부족한 흙을 채우려 우의를 입고 나섭니다.

이런 비는 맞아도 좋은 듯싶어 굳이 비 오는 날 궁상 떠는 것도 의식하지 않습니다.

작은 삽으로 퍼보니 진흙 속에 자갈이 많이 박혀 있는 흙입니다.

한 양동이 퍼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집니다.

돌을 골라내고 진흙만 대야에 담습니다.

자갈이 많아 흙은 몇 바가지도 안될 것 같습니다.

골라낸 돌은 비에 씻기라고 한켠에 두고

흙은 덮어 둡니다.

주문한 고무화분이 오면 연꽃 집을 꾸며 주려

준비해 둡니다.


오늘 같은 날은 말이 필요 없는 날입니다.

그저 데크를 걸어도 찌뿌둥한 마음은 위안을 받습니다.

밤이면 열대야로 뒤척이는 육신, 말똥거리는 정신에도

내리는 빗줄기가 씻어도 주고 채워도 줍니다.

초록들에 백합과 어우러진 장미들이 머금고 있는 빗방울은

빗방울이 아니라, 삶을 향해 생동하는 땀방울입니다.

보이지도 않게 숨어서 자라는 보랏빛 가지나,

새로 심은 여름 상추가 자리 잡아가도록

용기와 도약의 시너지를 불어넣는 기운입니다.


군더더기로 얼룩진 말도, 글도 사양하는

비 오는 아침입니다.

그저 본 것을, 느낀 것을 옮길 수 없어

사진으로 찍어 볼 뿐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하얀 배롱꽃은 방긋 웃으며,

좀작살나무의 어린 꽃은 터지려고 준비하는 아침입니다.

글보다 말보다 가슴으로 자연을 나눠주는 비 오는 날의 마당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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