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찐다는 표현이 부족함 없을 정도로 더운 아침입니다. 그래도 초록초록들이 풍성한 마당은 싱그러움을 안겨줍니다. 이마에 흐른 땀을 굳이 닦아 내지 않아도 살랑거리는 바람은 금세 말려줍니다.
그런데,,,
아침이면 요란하던 재잘거림이 들리질 않습니다.
고개 들어 제비집을 보니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하얀 스카프를 두른 입으로 어미를 기다리며 울어대던 아기 제비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어젯밤 늦게 떠났는지,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섰는지 모를 일이지만 몇 달을 먹이를 날라주며 키워왔던 부모와 함께 길을 떠난 것입니다. 아니요, 부모가 끌고 나선듯합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났습니다.
아기 제비들과는 처음 겪는 이별은 아닙니다. 작년 여름에도 말 한마디 없이 식구들을 끌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제집입니다.
제비들은 긴 여행에 앞서 아기 제비들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일찍 집을 떠나 두어 달 시간을 가지고 훈련을 시키는지 모릅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태풍이 오면 다시 집으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가 일러주지도 않았지만 마당의 초록들도 숨이 막힐 듯한 한여름의 폭염을 조절해 가며 살아가듯 자연 속의 생존은 신비하게 이어집니다. 제비 엄마 아빠도 아기들을 훈련시켜야 함을 느꼈나 봅니다.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것입니다. 아무리 제집이라 찜해놓고 일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곳이긴 하지만, 몇 개월을 얼굴 부대끼며 아침마다 보아온 사이인데, "잘 있다 간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갈 때 되면 밤사이에 "안녕"해버리니 알면서도 서운합니다.
바닥으로 수북이 흘려놓은 흔적도 미안하지 않나 봅니다.어쩌면 내년에 다시 찾아 올 제집이기에 당연하다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의 감상에 젖어 서운한 마음에 콧등을 스치며 가슴속으로 향긋한 백합향이 스며듭니다.
"원래 저 살아가는 것에 충실해야 거슬림이 없는 법이야"라고 말이라도 하듯...
마당 한 켠의 백합과 초록 풀로 둘러진 야채들이나 간밤 내린 비로 함박 젖어도 즐거운 장미와 수국도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