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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06. 2022

강아지도 공들인 만큼 이뻐지고 젊어진답니다.

샐리의 미용


 샐리는 셋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 물론 보리와는 6개월 정도의 차이밖엔 없지만. 열두 살이 되어 그런지 애프리 푸들 고유의 갈색이 많이 바래지고, 햇살 아래선 눈부심 심한지 게슴츠레 눈도 잘 감는다. 올해 부쩍 나이 든 티가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


반려동물(네발 달린 반려 가족) 키우는 집에선 두발로 다니는 얘들 키우는 것처럼 손 많이 가는 것을 알 것이다.  아들, 딸이야 자라배우면서 혼자 해나가는 발전도 있지만, 강아지는 평생 아기다.

애견인들이 강아지에게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평생 돌보는 손을 필요로 하고 정성에 따라 강아지의 상태가 달라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뿌듯함을 안기기도 하지만, 품 안을 떠나는 아쉬움도 남긴다.

하지만, 강아지 자식은 늙어 떠나갈 때까지 보듬는 손길을 필요로 하는 영원한 품 안의 자식이다.


강아지 돌봄 아이 돌보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다. 제때 영양 있게 급식하고 청결관리, 예방접종과 심장사상충 약, 진드기 약 등 계절마다 안전한 건강관리를 위한 조치는 필수다. 이런 일상적인 일 외에 미용도 필요하다. 요즘은 강아지 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미용도 하지만, 나는 강아지의 입장에서 미용을 시키고 있다. 털이 지나치게 길든 지, 발톱을 다듬어야 할 때도 강아지의 입장에서 해주려 애를 쓴다.


승리가 아기 때 미용시키려 애견미용실에 갔는데 승리가 겁에 질려 오줌을 쌌다. 얼마나 미용하기가 싫었으면 오줌까지 쌌을까... 그 후론 아이들 미용은 직접 한다. 미용실에 맡기면 두 시간 정도 걸리지만 나는 10분 안에 하는 편이다. 미용하다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까까"를 줘가며 달래면서 몇 분 안에 끝내려 애쓴다.


치와와 승리는 워낙 털이 빠지니 어느 정도 자라면 그냥 밀어야 한다. 우선 등털을 밀고 엉덩이 쪽은 싫어해서 꼬리를 잡고 살짝 민다. 배 쪽은 밀기 어렵다. 그래도 등 털이라도 밀면 낫다. 제 하고 싶은 대로 둔다. 애견미용실에서 밀면 깔끔하게 인물이 살겠지만, 미용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그러니 집에서 편하게 잠시 깎아주면 저도 좋고 나도 좋다. 깨끗이 밀고 목욕을 시키면 개운해한다.


요크셔테리아 보리는 한없이 착하다. 물론 엉덩이 쪽 털 깎긴 쉽지 않다. 강아지들은 엉덩이나 꼬리 부분은 평상시에도 만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착한 우리 강아지들은 평상시엔 엉덩이 들이밀고 만져달라고 하는 편이지만, 미용 땐 꼬리를 말아 들인다. 윤기 나는 긴 털옷을 입은 우아한 요크셔테리어의 멋진 모습은 환상이다. 늘 짧게 잘라서 올해는 털을 키워보려 제법 길렀는데 은근히 요키의 털도 많이 빠진다. 특히 털이 아주 가늘어서 어디에든 묻기가 쉽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깨끗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 일명 "찍찍이"는 우리 가정의 필수품인데 찍찍이엔 보리 털이 많이 묻는다. 그래서 보리도 짧게 깎을 수밖에 없다.


푸들이 샐리는 어떤가? 여름에 짧게 민 털이 제법 길었다. 복슬복슬한 털을 빗겨 예쁘게 해주고 싶었다. 목욕하고 힘들게 말린 후 털을 빗겨주면 시원할 텐데, 털이 길다 보니 엉키기도 해 조금이라도 댕겨지면 앙탈을 부린다. 그래도 몸의 털은 유지하고 있는데 얼굴 털이 길어지니 나이 든 테가 너무 난다 싶었다.

"샐리야 나이 들어 보이네~

아무리 젊은 할머니 나이라도 이제 시작인데...

그래~ 얼굴도 밀어보자~"

샐리도 미용할 때 착하게 잘 있는다. 얼굴을 밀었다.

몸의 털은 남겨두고 싶었는데, 식구들은 양 같아 보인다고 반대다.

"그럼 깔끔하게 싹 밀어버리자~"

구불구불한 털을 밀어내니

"아유 훨씬 젊어졌네 예쁘다~~"

다들 샐리가 젊어졌다고 좋아한다.

샐리도 좋은 가 보다.

집에서 미용하면 세세히 다듬어 줄 수가 없다. 미용실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예쁘게 말끔하게 다듬기 때문이다. 얘들의 참을성은 십 분을 못 넘긴다. 그러니 예쁘게 마무리될 순 없다. 때론 "가만히 있어~"하며 다듬다가도 "나 보기 좋자고 강아지들에게 스트레스 주진 말자"로 결론 내고 빨리 마무리한다.

"그래 너 편한 대로 하자 ~ 이만해도 깔끔해지고 예뻐졌다. 너도 좋지? "

한겨울 추운 날씨에 매끈하게 밀어버려 미안했지만, 실내복을 입혀 춥지 않게 해 준다.


사람이나 강아지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노화되어가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노래 가사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라고 굳이 이해시키지 않아도, 자연과 더불어 자라나고 성숙해져 쇠퇴해가는 것이 창조주가 부여한 생명의 본질이다. 창조주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지명한 것은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라 돌봐줘야 할 책임을 주신 것이다. 마당의 초목들이나 집으로 찾아드는 자연의 생명들에게 먹거리를 주는 것도 즐거운 책임 중의 하나 아닐까.


노화되어 가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지만, 관심 가지고 시간 들이며 가꾸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아지 미용을 통해서도 본다. 매사每事가 공들인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 보면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헛일은 없다"라고 생각해도 된다. 나무나 꽃들도 마당의 온갖 초목들도 관심 준 만큼 되돌려 준다. 게다가 자연은 관심 준 것 이상으로 늘 보답해 주니, 이기적인 표현일진 몰라도 사람이 자연과 벗하여 살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남들보다 나아지지 않는 실력이나 성과, 보이지 않는 현실에 낙담해하지 말고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했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그저 내가 들인 만큼 내밀어 주는 것이 지금(只今)이니, 바로 현재(至今)다.

간간이 날리던 눈발이 어느새 데크 위까지 수북이 쌓여간다. 누가 보던 보지 않던 또 하루의 여정을 묵묵히 이어가는 만물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겸허하게 배워가는 하루다.


 

미용전 샐리 모습... 다시 보니 정말 나이 들어 보인다ㅠ

얼굴 미용 후, 확실히 생기가 있어 보인다.

전신 미용 후, 똥꼬 발랄한 샐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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