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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15. 2022

눈 덮인 마당이 하는 말

여행 후 돌아와 보니...


"며칠 비우신 집을

나는 당신을 대신해서 지켰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듯 냥이 하우스에서

깜이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고 있다.

얼마나 배 고팠으면 현관 앞에 두었던

새 밥 봉지까지 찢어 놓았을까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물그릇에 담긴 물은 이미 꽁꽁 얼어버렸다.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인 후 미지근한 물로 담아 놓는다.

캔을 뜯어 고기와 사료를 비벼 내놓는다.

창문으로 살짝 보니 데크 아래서

새끼 세 마리가 나와 함께 먹는다.

잠시 후 나가보니 깨끗해,

다시 담아줬지만 말끔히 치운다.

서너 번을 담아 준 후에 선을 긋는다.

"이제 그만 먹어도 될 듯하다"


항아리 뚜껑에 덮인 눈들을 치우고 새 밥을 놓아둔다.

"나 왔다 갔어"

작은 흔적만 남긴 채 어느새 싹 먹어 치웠다.

요란하게 날아오는 모습도 없었는데...


정리하는 손은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씨지만,

마당은

말리려 널어놓은 솜으로 뒤엉켜진 가을마당인양

하얗고 두꺼운 목화솜이불로 둘러져 춥지 않다고 한다.


거위는 목도리에 하얀 외투까지 걸치고

눈망울 또렷이 아침 맞을 준비를 하고

홍학은 가녀린 다리는 얼어도 상관없다는 듯

두터운 조끼를 입고 커다란 빵 테이블로 향한다.


이제

말할 수 없이 추운 계절이 시작되노라고, 

견딜 수 있겠느냐고, 추워보라고 ~~

바람과 눈을 데리고 내려온 겨울은

며칠 만에 마당을 제 세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마당의 온갖 사물들은 겨울이 무섭지도 않다는 듯

서로가 서로를 덮어주며 감싸가고 있다.


억수 같은 비로

모든 것을 쓸어내려 버리는 여름보단

덮어주고 안아주고 품어주는 겨울이 낫다고

지금 말하는 듯하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음을 보여주듯

생명 있는 것들은

혼자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라도 하듯

모든 것들은

결국은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임을 알려주려는 듯...

함께 할 때

사랑의 흐름으로 기운을 얻어 가는 것이 생명이며,

함께 하면

무생물이라도 마음의 온기로 활력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며칠 비우셨던 집은

우리가 대신해 지켰습니다"

겨울 마당의 온갖 친구들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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