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마당 정원 집 이야기 하나둘
실행
신고
라이킷
63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opera
Dec 15. 2022
눈 덮인 마당이 하는 말
여행 후 돌아와 보니...
"며칠 비우신 집을
나는 당신을 대신해서 지켰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듯 냥이 하우스에서
깜이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고 있다.
얼마나 배 고팠으면 현관 앞에 두었던
새 밥 봉지까지 찢어 놓았을까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물그릇에 담긴 물은 이미 꽁꽁 얼어버렸다.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인 후 미지근한 물로
담아 놓는다.
캔을 뜯어 고기와 사료를 비벼 내놓는다.
창문으로 살짝 보니 데크 아래서
새끼 세 마리가 나와 함께 먹는다.
잠시 후 나가보니 깨끗해,
다시 담아줬지만 말끔히 치운다.
서너 번을 담아 준 후에 선을 긋는다.
"이제 그만 먹어도 될 듯하다"
항아리 뚜껑에 덮인 눈들을 치우고 새 밥을 놓아둔다.
"나
왔다 갔어"
작은 흔적만 남긴 채 어느새 싹 먹어 치웠다.
요란하게 날아오는 모습도 없었는데...
정리하는 손은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씨지만,
마당은
말리려 널어놓은 솜으로 뒤엉켜진 가을마당인양
하얗고 두꺼운 목화솜이불로 둘러져 춥지 않다고 한다.
거위는 목도리에 하얀 외투까지 걸치고
눈망울
도
또렷이
아침 맞을 준비를 하고
홍학은 가녀린 다리는 얼어도 상관없다는 듯
두터운 조끼를 입고 커다란 빵 테이블
로 향한다.
이제
말할 수 없이 추운 계절이 시작되노라고
,
견딜 수 있겠
느냐고
,
추워보라고
~
~
바람과 눈을 데리고 내려온 겨울은
며칠 만에 마당을 제 세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마당의 온갖 사물들은 겨울이 무섭지도 않다는 듯
서로가 서로를 덮어주며 감싸가고 있다.
억수 같은 비로
모든 것을 쓸어내려 버리는 여름보단
덮어주고 안아주고 품어주는 겨울이 낫다고
지금 말하는 듯하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음을 보여주듯
생명 있는 것들은
혼자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라도 하듯
모든 것들은
결국은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임을
알려주려는 듯...
함께 할 때
사랑의 흐름으로 기운을 얻어 가는 것이 생명이며,
함께 하면
무생물이라도 마음의 온기로 활력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며칠 비우셨던 집은
우리가 대신해 지켰습니다"
겨울 마당의 온갖 친구들
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keyword
마당
동반자
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