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미소를 띠고 떠난 산수유
산수유를 베고 나니 마음이 아프다
이 집으로 이사한 후
가장 먼저 너를 들였다.
그저 나무를 심는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던
나에게 너는
이른 봄을 알리는 노란 전령이었고,
땅이 어떻게 생명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 첫 아이였다.
그늘진 모퉁이에 숨겨진 듯 심겼던
너는
라일락 그늘에 가려 제대로 크지도 못한듯했는데,
해가 가면서 이리저리 헤집어 놓은 덕인지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며 올곧게 올라가고 있었다.
한치 땅 빈 곳도 허용 못했던
욕심 많은 나는
작년 봄 작은 모과나무를 네 옆에 심고 말았다.
너도 무성히 올라가고
어린 모과나무는 한 해를 보내고 나더니
시샘이라도 하듯 쭉쭉 자라
채마밭 울타리는 어느새 푸르른 나뭇잎으로 무성해져 하늘마저 가렸다.
배추도 올라가고
울타리 오른쪽 끝엔 살구나무, 왼쪽엔 라일락 사이로
너와 같은 날 집에 왔던 또 다른 산수유 한그루와
너와 견주며 올라가는 잎이 무성한 모과나무가
좀은 공간을 빽빽이 채우고 있다.
몸 대를 굵게 키우긴 위해서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핑계를 거두고라도,
너만 보면 바르게 자란 아이인데
사람과 같이 살다 보니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잘 크고 아름다웠지만
데크 옆 공원에도 몇 그루 있고
라일락 옆에도 너의 동족이 한그루 있기에,
쓸모와 가치를 우선하는 인간은
결국 너를 치워버리고 말았다.
잘라져 밑동만 남은 너를 보니
며칠이 지났건만
미안한 마음은 더 올라온다
봄이 채 오기도 전,
성에 낀 아침에 노란 꽃망울을 터트려
다가올 희망을 결코 놓치지 않게 해 주었고
계절 내내 푸르른 잎으로 살아있음을 보란 듯이
꼿꼿이 견디며 용기를 준 고마움을 어찌 쉬 잊을까...
모과나무를 바짝 붙여 심은
인간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모과나무가 더 멋지게 자리 잡길 바라며
불평 한마디 않고
노란 미소를 띠며
산수유,
멋진 아이는
자신의 터를 기꺼이 내어주고 자연 속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