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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01. 2023

라 맘마 모르타

영화 필라델피아의 라 맘마 모르타와 더불어



"라 맘마 모르타( La Mama Morta,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니(1967~1958)가 1896년 발표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3막에 나오는 여주인공 막달레나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다.

"안드레아 세니에"는 프랑스의 실존인물인 외교관 앙드레 셰니에의 삶에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4막의 사실주의적 오페라(베리스모 오페라)로 프랑스 대혁명 때의 정치 사회적 혼란과 투쟁,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여파 속에서 사라져 간 소신 있는 젊은 시인의 이야기를 처절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곡이다.

셰니에는 격변했던 프랑스혁명 당시, 처음에 지지했던 혁명정부가 공포정치로 일관하자 글을 통해 비판하며 반혁명주의자가 되고 결국에는 32세의 짧은 생으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실제 그가 남긴 시는 두 편에 불과하지만 프랑스문학에 끼친 영향은 크다고 한다.


오페라는 혁명주의자 셰니에가 쿠와니백작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의 딸 막달레나를 사랑하게 되나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형수가 돼버리고 막달레나는 셰니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어느 여성 사형수로 위장해 세니에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는 내용이다.

셰니에의 연인 막달레나와의 사랑이야기는 대본작가에 의해 각색된 것이라 하나 전반적으로 오페라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고 흐름을 끌어가 오페라로써의 흥미도 높였다는 평이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세계적으로도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 오페라다. 화려한 프랑스와 혁명기의 프랑스를 표현할 수 있을 방대한 스케일의 무대장치나, 연기는 물론 완벽한 기교와 능력을 넘나들 수 있는 출연진들이 요구되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절정기의 마리아칼라스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공연한 작품을 DVD 등으로 접할 수 있다. 오페라 전반에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아, 세니에가 부르는 아리아 "어느 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등 여러 오페라 가수의 CD도 많다.

그중에서도 막달레나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 절규하는 순간에도 셰니에에 대한 사랑과 앞날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라 맘마 모르타"는 절망 속에서도 내면에서 움터오는 희망을 통렬함으로 표현해 내는 심금을 울리는 대표적인 아리아라고 할 수 있다.


"라 맘마 모르타"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여러 영화음악의 ost로, 그중에서도 영화 필라델피아의 배경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라델피아는 동성애 영화로 보이지만 사실은, 인권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1993년 톰행크스(앤드루 베켓역)와 덴젤워싱턴(조 밀러역)이 주역을 맡고 조나단 드미감독이 연출했다. 앤드루는 일류법대를 졸업하고 유명한 로스쿨에 입사한 전도양양한 젊은 변호사다.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중요한 재판을 변호하기로 했는데, 준비한 소송장이 갑자기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겨우 복사본을 구해 제출하지만 해고장이 날아온다. 동성애자인 앤드루를 시기한 누군가가 경영자 측에 고발했는데, 로펌의 대표자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이 극한 사람이었기에 앤드루를 해고시키고자 꾸민 일이었다. 부당해고를 당하게 된 앤드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려 하지만, 에이즈보균자인 그를 위해 아무도 소송을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변호를 거절한 조는 홀로 소송준비를 하는 앤드루가 처한 따돌림과 흑인이기에 당하는 부당함과 사회의 편견에 처해있는 자신의 처지와 동질감을 느끼고 돕게 된다. 앤드루가 조에게 "오페라를 좋아하느냐"라고 물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가 "라 맘마 모르타"라고 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라 맘마 모르타가 울려지는 가운데 앤드루가 독백하며 영혼의 춤을 추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내 앤드류와 조는 "장애자라로 임무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해고해서는 안된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승소한다. 앤드류는 죽음을 맞게 되지만 그의 죽음은 자신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제목을 필라델피아로 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독립선언문을 선포한 도시다.

평등하게 창조된 인간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편견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역설적으로 필라델피아를 영화 제목으로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이 곡을 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두고도 편견에 맞서 투쟁하는 앤드류나 평등과 개혁을 위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거리낌 없이 단두대로 향하는 세니에는 어쩌면 닮은꼴이다. 오페라로는 자주 볼 수 없었지만,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아리아로 작가의 이념 또한 가슴으로 스며들게 한다.


라 맘마 모르타(La Mamma Morta)는 다른 사람이 부른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듯하다.

라맘마 모르타를 들으려면 망설임 없이 마리아칼라스가 부른 곡을 선택하게 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생을 살았던 마리아칼라스,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는 만만치 않았던 자신의 삶을 끓임 없이 채찍질하고 영혼의 무두질까지 감당하며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라 맘마 모르타"는 폐포에서 분출하는 여주인공의 절망비통함의 아리아가 아니라, 죽음도 불사하지 않은 희망과 사랑으로 점철된 아이콘이라 아니할 수 없다.



p.s.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오는 라 맘마 모르타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라 맘마 모르타를 들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0p9mTJOJI


https://www.youtube.com/watch?v=5oZi2fovn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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