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Jul 16. 2023

고양이 꽃


마당엔 온갖 꽃이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수선화와 튤립이 피고 지면

마당 가득 마가렛이 마중 나올 채비를 하고

나풀거리는 하얀 옷의 모란은 마당을 밝혀줍니다.

알알이 화려한 박태기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용사답게

분홍 봄을 강렬하게 소개합니다.

떨어지는 모란잎이 마당을 덮을 때면

빨간 장미는 담장을 두르고

여러 색깔의 사계장미는 마당을 수놓습니다.

산딸나무는 늦도록까지 예쁜 꽃을 보여주고

하얀 몸에 분홍팔이 돋보이는 플라밍고나무는

파란 하늘 무대에서 발레를 합니다.


마당 한켠에서 제 자리를 지키사는

나무와 꽃은

바람친구를 통해 봄에서 여름으로 날아옵니다.

이른 봄을 알렸던 노란 수선화는

겸손히 땅속으로 제자리를 삼고

붉은 꽃을 보였던 청단풍은 연초록 잎으로 여름을 알립니다.

각자 있는 자리에서

안으로 밖으로 경계의 구분도 없이

한 몸이 되어 소박한 정원을 꾸며 갑니다.


제 자리에, 

제 할 바를 하며 살아가는 꽃친구들 사이에서

마당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유난히 제 색을 돋보이는 움직이는 꽃도 있습니다.

하얀 옷에 노랑과 깜장 무늬의 꽃을 피운 삼색이와

까만 몸매에 하얀 포인트의 꽃을 수놓은 깜냥

하얀 몸에 까만 옷을 적당히 걸친 점을 가진 콧선생,

삼 남매는 고양이 꽃입니다.


봄꽃, 여름꽃, 가을꽃

피는 꽃도 다르지만,

고양이 꽃은 시도 때도 없이 피는 사계 꽃입니다.

아침이면 아침으로

저녁이면 저녁으로

어디선가 날아와 '야옹야옹'거리며

꽃송이처럼 웅크렸다간

활짝 핀 꽃잎처럼 기지개를 쭈욱 켭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 꽃들이 안쓰럽기라도 하듯

화단 꽃과 나무 사이사이 다니며 몸을 비비고는

바깥 안부를 전합니다.

눈인사로도 충분하련만 온몸으로 진한 정감을 나누는

다정한 고양이꽃입니다.


비가 오든 햇살이 따갑던 한결같은

마당의 꽃친구 나무친구와 더불어

고양이꽃은

주면 감사히 먹고

주지 않아도 자유로이 제 몫을 해내며

공간도 시간도 상관없다는 듯 마당을 수놓는

지금에 행복한,

움직이는 사랑 꽃입니다.




데크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깜냥이

배부른 삼색이도 여유를 즐기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