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4일 금요일
(하루종일 비)
일기예보가 잘 맞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비가 계속 온다. 거실에서 보이는 정원은 한 폭의 큰 풍경화다. 김이 서려 약간 뿌옇지만 연녹에 회색 비가 어우러진 몽롱한 수채화랄까, 잔디와 여린 나뭇잎들 간간히 붉은 베롱꽃들, 초록과 붉은 기운에 심취된 베르사유 궁전의 연회장보다 조용하게 더 화려하다.
"친애하는 친구여~
모든 이론은 회색 빛이지만,
인생의 황금나무는 초록이라네 ~"
괴테의 명언처럼 황금나무에 둘러싸인 이 여름, 부러울 것이 없다.
올봄 화분에서 옮겨 심은 키 큰 철쭉은 빗물로 얼굴이 마를 새가 없다. 지난주 깎은 잔디가 벌써 푸르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마당아이들은 비와 상관없이 바쁜 듯하다. 오히려 풀들은 비가 오면 더 신나게 춤춘다.
오래 못 가는 여름 꽃이라 했던가...
흰 배롱나무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분홍 배롱나무도 꽃을 피웠지만 비가 계속 내려 무겁게 고개 숙이고 제 모습을 돋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름꽃은 지금으로 봐선 백합이 아닐까? 장미일지도 모르겠다. 유월을 지난 장미는 조금 덜 화려하고 누렇게 지는 장미는 잘라줘야 할 정도다.
그래,
여름 주인공은 초록이다.
어떤 화려한 꽃도 초록물결은 이기지 못한다.
하기사 이기고 지는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모두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마당인데...
이른 봄 수선화나 제비꽃 하나에도 감동했던 것은 긴 겨울 후에 핀 꽃들이라 그랬다. 여름 꽃들은 피고 지고 핌의 연속이라, 그 고마움을 덜 느끼는지도 모른다.
내리는 빗속에서
여름꽃 장미도, 향기로운 백합도
초록의 요람 안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