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고양이로소이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2권 16화

by opera


아파트를 산책하면 곳곳에서 길냥이들을 만난다.

숲과 나무가 우거진 곳, 정자와 데크로 연결된 연못과 돌정원, 길냥이들이 숨어 있을 곳은 오히려 시골보다 많은 듯하다. 캣맘들도 있어 먹이를 주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아침 산책길에 검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하얀 녀석 한 마리에게 밥을 주고 계시는 캣맘을 만났다.

멀리서부터 반가운 마음에 조심히 가 아는 척하려 했더니 검은 고양이 녀석이 밥 먹다 말다 갈 모양새다.

"아냐 밥 먹어 그냥 갈게 ~"

"수고하세요"

다가가지 않으려 하자 녀석은 안심한 듯 밥을 먹는다.

"어디 고양이 아니랄까 봐..."

시골집의 삼색이와 노랑이는 밥이나 제대로 먹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묻어뒀던 염려가 올라온다.

"그래 ~ 고양이니까 알아서 찾아 먹고 있을 거야 ~~ "

마치 고양이가 제 앞가림하는 다 큰 아이라도 되는 듯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트랙을 돌면서도 옆의 숲과 돌담사이로 작은 길냥이들이 지나는 것을 본다.

얘들은 "야옹"소리도 않고 사람들이 가까이 가려면 잽싸게 도망한다.

시골 냥이보다는 확실히 경계심이 심하다.

도시는 번잡하기도 하지만, 먹고살려면 부지런해야 하고 제 실속부터 챙겨야 하기 때문인가?

사람세계나 길냥이세계나 살아간다는 것의 차이점은 별로 없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얗고 커다란 길냥이를 만난다.

캣맘은 아니시지만, 아주머니 한분이 뭐라고 냥이와 대화를 나누신다. 마치 인기관리라도 하듯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망도 치지 않고 느긋해하는 길냥이 사진을 찍어 본다.

하얗고 커다란 길냥이는 길냥이 답지 않게 깨끗하고 통통한 몸매와 잘 생긴 얼굴이다.

자리를 옮기려는지 온몸을 쭉 뻗어 자랑스레 기지개를 켠다.

그리곤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다.

마치

"나는

서울 고양이로소이다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아름다움과 활력으로 가득 찬

미래 세계를 이끌어 갈,

서울의 ~

자랑스러운 고양이로소이다 "

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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