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동생과 강아지들과 주변 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아파트에서 본 가을도 아름다웠지만, 단지를 벗어나 동네 골목을 걷고 한갓진 외곽에서 보는 가을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그러니 주말이면 멋진 곳을 찾아 휴식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고속도로도 항상 바쁘다. 가을 명소로 알려진 곳으로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만 멀리 갈 수 없을 땐 주변에서 그런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더구나 요즘은 지방은 물론 도시 자치단체에서도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연 휴식처(공원 등)를 많이 조성하고 있기에 쉴만한 곳도 많다.
동생이 소개한 곳 역시 구청에서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자그마한 공원이었다. 동네를 벗어나 들길을 걷고 은행나무 가로수길에선 푹신한 낙엽도 밟아보며 아직도 청초한 코스모스꽃이 바람아래 춤추는 것을 보고 산책을 너무도 좋아하는 강아지들과 걷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막 산을 넘어가려는 붉고 노란 석양빛으로 물든 전원풍광 속에 가족들과 자연을 찾은 삼삼오오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도 즐거움에 시원하기만 한 가을 낯이다.
자그마한 공원은 소박한 그네와 쉴 수 있는 나무의자들이 있을 뿐, 눈에 띄는 조형물도 두드러지는 설비도 없었다. 나지막한 팻말에 "주민들이 함께 조성해 가는 공원입니다"는 소개말처럼 누군가가 힘을 보태 꽃도 심고 돌다리도 만든듯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쪽으로는 메리골드(금잔화)가 지천으로 심겨있었다. 독특한 향과 섬세한 모습, 진초록의 잎줄기도 튼실하며 진노란 꽃색깔도 예쁘고 무엇보다 향이 좋다. 개인적으로 메리골드의 독특한 향을 좋아하기에 집 마당에도 많이 심었다가 강한 번식력과 생명력으로 금세 정원을 휩쓸어 많이 뽑아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공원에서는 메리골드가 제격이다. 메리골드의 노란 꽃에는 루테인과 지아잔틴 등의 눈에 좋은 기능성 물질이 풍부해 꽃차로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더 기분 좋은 말은 얼마 전 모 드라마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메리골드 꽃말이 아닐까?
"반드시 찾아오고야 말 행복"
너무 기분 좋은 말이다. 오늘의 산책조차 보람되게 하는...
다른 쪽에는 억새가 곳곳에 심겨있어 사이로 산책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간혹 갈대와 억새를 혼돈하기도 했는데 갈대는 물가, 습지에서 자라는 것이라 억새와는 구별이 된다.
유독 억새가 반가웠던 이유는 왜였을까? 떨어지는 낙엽과 달리 제 몸자체로 만추를 표현하는 절절함에 애틋해서일까? 잠시도 쉬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안쓰러움에서 일까...
억새는 벼과의 다년초로 여러 종류가 있고 무채색의 꽃을 피운다. 거칠고 억센 뿌리와 생명력이 아주 강해 제초제를 써도 다시 살아날 정도라고 한다. 꽃이 피어도 쓸쓸해지는 가을 모습을 보여줘서인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결코 부러지지는 않는 그 모습에서 우리 민족이 "오늘날"을 이루며 살아온 근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리네 정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본다.
기대하지 않았던 소소한 나들이, 어쩌면 강아지들을 위한 작은 산책 봉사로 찾은 길이었지만
작은 공원은, 자유롭게 춤추는 갈색의 억새는 샛노란 메리골드 꽃으로 익어가는 가을의 풍성함과 겸손함을 조용히 나누어 주는 한 폭의 위대한 풍경화를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