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나무의 고백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2권 23화
by
opera
Oct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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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줄기로도 추스를
몸뚱이만 남겨진 채
걸쳤던 옷이 홀라당 벗겨졌네요.
내가
누군지
무엇이었는지 잊기로
했어요
.
봄 여름 가을
한 해 두 해 그
이듬해까지도
,
나를 환히 밝혀주었고
풍성한 결실로 인정받게 해 주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
껍데기만 남은 이
모습이
오히려
처음의 나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스쳐가는 바람 유희조차 투정 않고
의리와 절개로 다져진 사군자조차 부럽지 않았던
나는
올라갈수록
구부러질 줄 알았고,
일 년 사시사철
지지도 바래지도 않은,
세월이 입혀준 초록 덧칠로
단단히 만세 하는
"있는 그대로'의
꽃이었어요.
이제
초자아를 찾기 위해
청춘의 푸름일랑 죄다 버리고
길고 긴 동면의 길을
가녀린 몸뚱이 하나로 나아갑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 자체로"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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