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Feb 01. 2024

 새해에는 더 열심히 배울 꼬야 ~ 멍

자기주도학습 강아지


 우리 집에는 노견 세 마리가 있다. 첫째는 재작년 서울에서 내려온 열세 살 되는 애프리 푸들 샐리, 둘째는 열두 살 된 요크셔테리어 보리와 막내는 열한 살 된 치와와 승리다. 그런데 이 아이들 외에도 우리 집에 자주 오는 한 아이가 있는데 바로 올해 여덟 살이 되는 검은색 푸들 밤이다. 밤이는 동생네 집에 사는 까만 푸들이다.


여러 해 전 우리 집에 강아지들이 많다는 얘길 듣고 어느 지인분이 파양 당한 푸들 한 마리 더 키우지 않겠냐는 부탁을 해왔다. 파양 한 집은 원래 푸들을 키우다 잃어버려 다시 입양을 했는데, 이전 강아지 생각에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아 키우지 못하겠다고 다시 파양 할 입장이라고 했다. 당시 바쁜 라 더 키울 수 없다 했다가 마침 동생네서 샐리를 키우고 있던 터라 같은 종 한 마리 더 키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고민하던 동생이 허락해 입양하게 되었다.


밤이는 올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통통하게 강해 보이는 강아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자라면서 나름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실 적응력이 뛰어나고 활달해 새 집에 빨리 적응하며 입양된 날부터 식구들에게 자신의 입지를 부각했다. 덩치도 샐리보다 훨씬 큰 데다 (샐리는 3.4kg인데 밤이는 5.3kg이다) 서열을 확실하게 알고 있고,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될 때도 아는 것 같았다.

얼마 되지도 않아 힘으로 샐리를 제압하고 때론 사납게도 굴었다. 특히 먹을 때나 제가 좋아하는 행동을 못하게 할 경우에는 "으르렁"거리며 고압적인 자세도 보이곤 했다. 파양 당해 남의 집에 얘라 살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라 생각하고 이해해주려다 보니 샐리가 고충이 많았다.

한편으론 샐리보다 말도 잘 듣고 애교도 부리면서 자리를 구축해 왔다.

사람으로 말하면 상당히 약은? 지혜롭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식구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를 알아 하지 말라는 행동은 잘하지 않고, 교육을 시키면 나름 순종적으로 배워, 몇 가지 재롱도 보여주었다.

나이도 샐리보다 대여섯 살 어린 데다 힘도 세고, 누가 보지 않을 때는 괴롭히기도 해서, 샐리는 몸과 마음으로 상처를 많이 받아 결국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샐리는 밤이 때문에 시골로 오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낙향이 아니라 귀향이었고 샐리에겐 훨씬 즐거운 일이 되었다. 요즘의 샐리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똥코 발랄하게 잘 다니며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밤이는 의외로 참을성도 강하다. 밥 먹을 때도 간식줄 때도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참고 기다린다. 샐리는 나이답지 않게 얼마나 촐랑대며 징징대는지 밥 줄 때면 온갖 소리를 다 낸다. 오두방정 맞은 푸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아이다. 그래도 발랄함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니 보기는 좋다.


셋이 있다가 밤이가 내려오면 네 마리가 되니 얼마나 요란한지 모른다. 사람들이 들낙거릴때마다 따라다니며 짖기도 하고 거실유리에 비치는 바깥사람들 보고도 짖는다. 교육을 시켜도 소용없다. 식구들은 공동주택이 아니고 밖에서 들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한다.


제일 요란하고 덩치만큼 우렁찬 목소리의 밤이, "조용히 해!" 강단 있는 소리로도 소용없어, 개통령 강형* 씨가 tv에서 소개한 교육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예쁜 목걸이 하나 채운 후 목줄을 했다.

창가를 보고 짖을 때 목줄을 잡아당겼더니 웬일인가 밤이가 짖지 않는다.

신기해서 승리에게도 목걸이를 채우고 줄로 잡아당겼는데 이 아이는 목이 막혀도 "컥컥"하면서도 짖어댄다.

모든 아이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치와와교육은 정말 어렵다고 하던데 승리 교육은 포기한 지 오래다. 게다가 나이 들어 심장도 약간 좋지 않으니 흥분하지 않도록 두는 편이다.

"그래 승리야 너는 그렇게 살아 ~"

밤이는 짖는 것도 멈추고, 밥 먹을 때 샐리에게 으르렁 거리는 것도 줄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영리해 그런지 분위기 파악도 잘해 이젠 목줄을 들고 와도 짖지 않는다.

"식구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을 내가 하면 저 목줄을 채우려고 한다 ~"배운 후

"저 줄을 내 목에 채우고 잡아당기면 목이 답답해진다~"를 깨달은 것이다.

깨달음의 실행으로 심하게 짖거나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할 때, 목줄을 보여주면 멈춘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깨달아 스스로 행동을 고쳐가니, 기특한 밤이는 배운 적도 없는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를 실행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개나 사람이나 배우는 데는 끝이 없다.

나이 든 개를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영국속담처럼 평소에 몸에 배어진 습관을 고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이 먹은 밤이도 배워서 달라지고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변해야 하고 배워야 사는 세상이다. 스스로의 천성을 디디고 올라서서라도 배워가야 하는 세상이다.

마당 온실에서 기거하는 삼색이도 배워간다.

고양이 교육이 어디 쉽던 가마는, 삼색이는 온실 안에서 밥을 먹는 법을 배웠다. 밥을 주려 준비하면 다른 아이들은 마당 데크에서 기다리지만 삼색이는

"집안에서 먹어야지 ~" 하기도 전에 먼저 온실집 안으로 들어가 있다.

배움은 끝이 없다. 자연의 모든 생명들도 나눔 속에서 배워간다. 오늘 아침에는 산딸나무 꽃대가 유난히 통통하고 붉게 보인다. 며칠 전엔 보지 못했던 여린 촉이 벌써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직 2월이지만, 봄은 벌써 마당문을 두드리고 있는 아침이다.


 오늘은 무슨 책을 볼까?

   토르 방망이로 공정하게 재판할 꼬야 ~~



https://brunch.co.kr/@okspet/299#comment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