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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28. 2023

발자국


간 밤 얼룩졌던 데크를, 

하얀 쌀가루 뿌려주며 불도저가 밀고 갔나 보다.

희뿌연 하늘,

살찐 까마귀는 커다란 날개를 퍼더덕거리며

"까악 까아악 까각"

저 나름의 올드랭사인을 불러주는 듯,

바싹 야윈 나뭇가지엔

바들거리는 상고대만 햇살을 기다리는 이른 아침.


도톰하게 펼쳐진 하얀 백설기판

막 찜솥에서 꺼내려는 뜨거움 속에,

용감하게 내디디는 발자국

"뚜벅 뚜우벅"

따라오던 삼색이는

어느새 앞질러 제 발자국까지 남긴다.

"따닥 야아 옹 따다닥"


지나버린 것들 다 밀어버리고  

하얀 가루로 새판을 깔아주려 했는데...

가는 해가 뭐 그리 아쉬운지

움직이는 것들은 가만있질 못한다.


그래도

드러나는 아픔과 후회와 반성이 있으면 어떠랴,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녹아지며 속살은 드러날 텐데...

다가오는 새해는

걸친 것 없는 맨 몸으로 용감하게 반기고,

흔적 없는 발자국으로 보여도

디디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나눠 주려는 듯,

고운 떡가루들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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