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Mar 28. 2024

산벚나무의 노래

밝고 맑은 마음,

맑고 밝은 마음,

산벚꽃이 활짝 피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자신의 능력을 살려가며 봉사하고 있는 젊은 청년,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에 있는 온천 간다고 일찍 집을 나선다.

어머니는 육신이 아프고 아들은 마음이 아프다.

흐린 날 이른 아침 집뒷산 산벗꽃은

모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 듯 잔잔히 스며드는 향기를 차창으로 보낸다.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게 제비꽃은 어느새 시들 거리고,

어제 햇살에 활짝 익은 수선화는 커다란 눈망울을 아래로 떨구고,

산수유는 가을을 기약하며 홍목련은 조금 더 볼을 붉히고 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노랗고 붉은 하얗게 빛나는 보랏빛 토가를 입은 정령들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산벚나무와 더불어 이만큼 봄을 끌어다 놓았다.

대지 깊숙이 스며들어 세월을 엮지 않고 받아들여

마침내 제살로 만들어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봄과

하나가 된 산벗꽃나무는 말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프지 않았던 세월도 없다.

그래도 내가 너를 사랑한다.

지금 기억도 못한 전년도의 향기를

내년에도 끌고 올 내가, 언제나 사랑하고 있다.


살아온 순응의 세월을 전수라도 하듯

귓불을 매만지며 다정스레 "견디어만 보라~"며 속삭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량리행 ktx를 타고 7편. 솜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