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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un 29.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독일 기행기1

기내, 프랑크푸르트

2014.05.26~06.02 독일을 출장을 겸한 여행을 하면서 스마트폰(갤럭시 노트 1)으로 기록한 글이다.



2014.5.26  

서두르는 성격이 어디서는 달라지랴. 공항리무진 타고 10시 22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늘 쫓기듯이 바쁘게 산다. 다른 사람 기다리게 하는 것 싫어 매사에 일찍이다. 나보단 그 친구가 기다리는 것이 마음 편할 텐데도 항상 먼저 나와 기다린다. 그렇담, 시간이 남아 돌아간다는 말인가?  머리는 계속 아프고, 팔꿈치는 엘보가 와서 두렵다. 출장에 대비해 점심시간마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치료를 했지만, 썩 개운치는 않다. 영어로 브리핑해야 할 것도 있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만사가 걱정인 딱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지나갈 일 아닌가...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여행은 출장 일정이 끝나면 휴가를 내어 우리(세명)끼리 며칠 여행할 예정으로 준비했다. 개인휴가와 예상경비도 미리 내어 유레일 패스도 끓고 베를린에서의 민박도 준비했다. 딱 10년 전에 독일 방문했었는데, 그때는 자유일정을 못 가졌었다. 10년 만에 다시 오는 것이니, 여유 있게 독일을 제대로 보고 지내고 싶었다. 짐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카메라도 그여 두 개나 가지고 왔다. 욕심이 많기 때문임을 인정한다. 아무튼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비행기 타는 것도 즐겁고, 특히 이번에 야간열차를 타는 것도 기대된다.


루프트한자 비행기로 출발, 오후 3시 30분 기내 벨트 사인이 꺼졌다. 앞좌석 옆좌석 모두 단체 여행객인 것 같다. 독일인 스튜어디스에게 칫솔 3자루 부탁했다. 남는 것 보고 갔다 주겠다더니 고맙게도 가져왔다. 이제 이 순간은 자유다. 8박 9일 동안 열심히 다니고 잊을 것이다.


점심은 한국에서 해 내가는 비빔밥이다. 친절한 독일 승무원은 식사 사진을 찍으니 얼굴도 찍어주겠단다. 배가 고파 급히 먹느라 참기름도 못 보고 비벼먹었다. 화장실이 적은 건지 사람들이 계속 모여든다. 여행 다닐수록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가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 여행객의 대부분은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로 간다. 방송의 힘이 정말 위대 하달수밖에. "꽃보다 누나" 방송 후에 엄청 몰린다더니 지금 보고 있다. 세월호 때문에 경제도 가라앉아 보인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다양하고 사는 모양도 각양각색이니 삶은 돌아가고 역사는 또 이루어져 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 잣대로 봐선 안된다.


조지 클루니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를 본다. 이어폰으로 영화 대사 들으면서 루프트한자 매거진에 나온 사진을 스케치한다. 결국 산드라 블록은 지구로 돌아왔다. 우주복을 벗어던지고 헤엄쳐 나오며, 제일 먼저 한 말, " thank you". 근데 이 영화, 돈도 별로 안 들이고 찍은 것 같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복 입고 연기한 이 사람들은 얼마나 벌었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그랬다. 그나마 스크린 큰 데서 보면 화질과 음향 때문에 좀 낫겠지만... 이런 모니터론 더욱 아니다. 배우 이름 때문에 보는 사람이 있겠지만, 매사 "감사"해야 한다는 배움 외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단 "알려지고 보자"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잠이 오지 않아 죽은 시인의 사회(The dead poet society)본다. 오랜 세월 동안 열심히 듣고 보고 좋아했던 영화, 영어 공부한다고 수십 번도 더 봤지만 영어 대사는 제대로 외우지도 못했다.  Carpe diem!  Seize the days! YAWP! 욥 more louad! 크게 더 크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들이다.  짧은 충만함에 비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젊음의 희생이 너무 컸. 젊은 청춘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선, 살아남는 게 이기는 것이다.

 

기내에서 무료함을 달래서툰 스케치


드디어 프랑크푸루트 공항에 도착한다. 여기서 함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12시 34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함부르크 가는 비행기를 기다릴 때까진 좋았다. 외국에서 경유 비행기를 기다릴 땐 두 눈 똑바로 뜨고 프런트를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9시가 다돼가는데도 오픈 안 해 물어보니, 36번 게이트로 가라고 해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함부르크 쪽 일기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못 뜬다고 방송이 나온다. 세상에...


공항에선 현지 안내인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안 사장님 핸드폰 번호를 잘 챙겨두지 않아 찾느라고 한참 헤매다 다행히 운전기사에게 연락했다.  국내선임에도 조금이라도 안전이 염려되면 가차 없이 중단시키는 독일의 철저한 안전의식 실천에 놀랬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인솔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변동된 일정에 더 허둥댔던 것 같다. 늦은 밤이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도록 루프트한자에서 마련한 호텔로 가라고 한다.


호텔 셔틀버스를 탔는데, 기사는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비 오는 바깥에서도 계속 "라마다 호텔"을 외친다. 다들 지칠만 하건마는 한 사람도 "빨리 갑시다"라고 투덜거리는 사람 없다. 독일이 위급상황이나, 관리체계에 얼마나 철저한 나라인지를 몸으로 체험한다. 라마다호텔까지는 30분 거리. 수십 명이 한 명도 군소리 없이 차례 기다리며 체크인한다. 모두가 자기네들 얘기로 떠든다. 마치 별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래 별것 아니다. 살면서 이런 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안달한다고 달라질 상황 하나도 없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호텔로 가는 길에도 늦은 밤이라 그런진 몰라도, 가로등이나 쓸데없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독일인들의 검약 정신도 보게 된다.


이번 여행은 기쁨과 호기심도 잠시, 주의하지 않으면 놓칠 것도 많다는 암시라도 주는 것처럼 어렵게 시작되는 듯하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란 우리 차체가 완전하지 않기에 당연히 그런 거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고 지금 내 앞에 있다고 해서 모두 내 의식 안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겸손해야 할 수밖에 없다.


2014.5.27

3시 50분 있어야 할 목적지가 아닌 곳에 있게 되어선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정확히 깬다. 5시에 나가보니 샌드위치 두 쪽, 시리얼바 두 개와 오렌지주스를 넣은 하얀 봉투를 아침으로 준다. 순서대로 받아 들고 짐을 꾸려 나오니, 6시에 공항으로 출발하는 첫출발 셔틀버스가 준비되어 있다. 6시 2분까지 나오는 사람을 태우고 출발하고, 다음 사람들은 다른 차를 기다린다. 여유 있다고 해야 할까, 배려심이 강하다고나 할까. 어젯밤의 혼돈 속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별로 없다. 우리 일행도 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셔틀 타고 공항으로 와 다시 입국심사를 받는데 얼마나 철저한지 양말 바닥까지 검사한다.


호텔 바와  공항 식료품에는 이들의 아침식사인 빵, 샌드위치가 먹음직스럽게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물과 주스도 판매하고 있는데, 용기와 디자인이 약간 구형스럽고 종이팩 용기(tetra pack)가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음료 종류는 다양하지 않고, 테트라 브릭 350ml 용기에 물을 담아 1유로에 판매 중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 샌드위치와 과일로 기내에서 아침을 때운다. 함부르크가 다가오니,  비행기 창밖의 햇살이 따갑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하늘이다. 올 때도 이 하늘만 같아라...


그래도 먹을만했던 루프트한자 기내식

프랑크푸르트 공항

공항 내 매점의 다양한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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