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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Sep 21. 2019

세월 따라가며 사는 일

나로 사는 것

"세월 따라가며 살지 마라."

TV에서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세월을 따라가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며칠을 곱씹어 보았다.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을 붙들고 어느 순간 할머니의 딸이 되어 있었다. 서로의 숟가락과 젓가락 숫자까지 헤아린다는 시골 공동체의 삶을 살아온 할머니의 성찰이 무엇일지 짐작해 보았다. 무수한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회화된 사고와 언어를 앵무새처럼 전달하며 사는 삶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 말이었는지 모른다. 타인이 기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 누구를 위한 삶인가 하는 자기성찰에서 오는 당부일 거라고 해석해 보았다.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주변을 위해서 배려하며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였던 삶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묻게 하였다. 봉사라는 완장에 만족하며 보람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진리는 없다'는 말이 진리라는 사실이 씁쓸하고 차라리 다행일지 모른다. 모두가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고 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에서 우리는 당황스럽지만 수긍해야 할 때가 있다. 세월이 변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달라지면 나중에 맞는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진리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나로 살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보다 진실이 우선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각과 의견이 사실이 되고 진실처럼 왜곡되는 세월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본다. 공동체도 아니고 주변이나 가족도 아닌 온전하게 나로 사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인생 별 거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나에게 '세월 따라가며 살지 마라'는 할머니의 당부는 나로 사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를 스스로에게 찾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맞고 내일은 다르다고 할 세상 기준에 또는 어떤 것에 메이지 말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도 할머니의 당부를 받아든 딸처럼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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