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fighting it

네가 날 닮아서 미안하다고

by 옥민혜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그 해 여름 JTBC에서 방송됐던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었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봤을 뿐 아니라, 몇 번씩 다시보기도 했을 만큼 열성적인 팬이었다.


어느 날, 한 밴드가 경연에서 「still fighting it」 이라는 곡을 불렀다. 그 곡은 한 cf에 삽입된 적이 있어서 멜로디가 매우 귀에 익은 노래였다. 다만 팝송이기에 가사까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었는데, 그 날 경연에서 처음으로 가사를 보게 되었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실제 아들에게 불러준 것이라고 했다.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니 가수와 아들이 함께 등장했고 아들이 우리 애들만 해 보였다.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났다.


당시에 심사위원인 윤종신도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런 저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꽤 많이 출연했던 사람인데 심사중에 눈물을 보인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심사평에서 그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아들 생각이나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자신은 '기본적으로 인생은 원래 불행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다만 '덜 불행해지려고 노력하는게 인생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 당시 윤종신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출연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긴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여행 중에 코로나가 터졌고, 현재는 병환 중이던 모친의 장례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국내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그 노래를 들으며 아들 생각에 눈물을 글썽인 그의 마음을 나는 더욱 이해할것 같았다.


삶은 여전히 계속 힘든거라고, 어른이 되어도 계속 그러하다고, 그리고 네가 날 닮아서 미안하다고,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향해 노래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척, 아침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또 그렇게 인사한다.


Good morning son.


산다는건 힘듦의 연속이다.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른이 된다는건 조금씩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 내 아이들을 나오게 한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나를 늘 자괴감에 빠지게 했던 생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오고, 잠에서 아이들이 깨어나면 난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 듯이 아이들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내새끼들 잘잤어?



<Still fighting> it_Ben Folds


Good morning, son

I am a bird Wearing a brown polyester shirt

You want a Coke? Maybe some fries?

The roast beef combo's only nine ninety five

But it's okay You don't have to pay

I've got all the change


Everybody knows

It hurts to grow up

And everybody does

It's so weird to be back here

Let me tell you what

The years go on and

We're still fighting it

We're still fighting it


And you're so much like me

I'm sorry




쌍둥이를 키운다는 건, 실시간으로 두 아이를 비교해서 관찰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아이들은 생김새도(이란성이므로), 성격도, 성향도, 식성도, 장단점과 매력도 모두 완벽하게 다르다. 물론 두 아이 모두 남편과 나를 골고루 닮았다. 생김새도, 성격도, 식성까지. 매 순간 그렇게 친자확인을 할 수 있다.


생김새는 아빠를 꼭 닮은 작은 아이는 매우 감성적이다. 모든 것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나를 닮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작은 아이는 큰 아이와는 달리 그 이면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겨울왕국 2>를 보면서 엘사가 물,불,바람의 정령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다가도

"엘사 힘들겠다." 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에서 사람들이 꽃 잎을 따는 장면을 보면

"꽃 아프겠다." 라고 말한다.


어느 날은 문득 이렇게 물었다.

"엄마, 불이나면 소방관 아저씨들이 불을 끄러 그 안으로 들어가요?"

"응"

"불이나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무서운데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들어가는 거지. 너무 멋지지?"

"소방관 아저씨 힘들겠다."


내 팔을 베고 누웠다가도 10초만 지나면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며 물어본다.

"엄마 혹시 팔 아파요?"


이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 이면에 자리한 감정으로써 존재한다. 세상을 감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 고달픈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몇 배는 더 힘들게 견디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슬프고, 더 많이 견디고, 더 많이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감정이 앞 선 채 평생을 살아온 나의 경험담이다. 나를 닮은 아이를 보며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너의 삶이 꼭 나와 같지는 않기를. 삶은 여전히 더욱 힘들겠지만, 너는 나보다 조금은 더 강하게 그것과 맞서 싸워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이런 생각들로 가슴 한 켠이 시리다가도 내일 아침이면 나는 또 어김 없이 아이들을 꼭 끌어안은 채 이렇게 말할 것이다.


"Good morning"


우리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그 누구에게라도 동일하게 힘든 것일 테지만, 내가 인사를 건네는 그 아침 만큼은 항상 좋은 아침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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