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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Jan 09. 2023

전철 안에서

하나둘 그림자도 내 곁을 떠나간다

어차피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명분이었지만

무엇이든 사라진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단 한번도 만날 수 없는 내 뒷모습의 그림자도 사라지겠지

언젠가 저들처럼 나의 그림자도 떠나가겠지

그때 누군가가 무엇이든 기억해주기를

연을 부러 만들지 않은 슬픈 존재 하나만을 추억해주기를

후 불면 사라지는 먼지처럼

휙 나는 사라질 것이다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인연을 뒤로한 체

나의 뒷모습도 나의 그림자도 떠나갈 것이다


지금 멀어지는 뒷모습들이여 안녕

어차피 일면식도 없는 뒷모습들이여 안녕


남겨진 빈 좌석들만이 허무한 빛에 반짝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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