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마음의 행방

삼수가 끝나고 전문대학을 다닐 무렵

by 오광락

나는 예전보다 더 축 쳐 저서 마치 좀비가 된 것 같았다. 학원도 제대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잠만 퍼질러 잤다. 자도 자도 누워있고 싶었고 잠이 안 와도 그저 누워있었다. 아무런 기운이 나지 않았다. 불 꺼진 방에 누워 아무 생각도 없이 지냈다. 생각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아버지가 나를 일으켜 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일어나도 금세 힘이 빠져 누워버렸다. 마치 번아웃이 된 것처럼 아무 힘이 없었다. 이건 분명 심한 감정기복이었다. 병원을 빨리 가봤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저 감기 같은 기분전환일 뿐이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에게 차인 상실감 때문이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수능을 볼 무렴 약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세 번째 시험을 치렀다. 역시나 성적은 고만고만하게 나왔다. 서울 인근에 적당한 전문대에 입학했고 근처 학사에 들어가게 됐다.


학사 생활을 하며 나는 너무나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학사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인서울 대학 과잠을 입은 애들이 너무나 많았다. 밥을 먹는데도 눈치를 보면서 먹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대학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또다시 의기소침해져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다.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런 나로부터 도피를 하듯 다시 게임에 빠져있었다. 롤 플레잉 게임을 하면서 몹을 잡고 아이템을 모으는데만 열중했다. 게임 머니가 쌓일수록 피시방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갖은 핑계를 대가며 용돈을 받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던 날 레벨업을 하듯 다시 자신감이 하나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 없이 뭐든지 해낼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날개가 다시 펼쳐졌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역시 모든 게 기분 탓이었다고 나는 믿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박에 못 했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야만 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과도하게 집착적인 지점이 있었다. 당장은 유명인이 될 수 없으니 그런 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역할 놀이를 하듯 유명 정치인들에 관심을 가지고 SNS에 팔로우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맞팔 요청을 했고 맞팔을 해주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내가 그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착각하고는 했다. 망상으로나마 나는 진짜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결국 정신병이라는 결과로 끝나버린 이 상황을 타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다. 내가 입시로 인해 고통받아 온 사실은 정작 열심히 하지 않은 나의 탓이기도 했다. 세상의 변혁과 진보를 꿈꾸는 이타적인 마음도 결국 나의 유명세를 바라는 이기심일 뿐이었다.


내가 입시로 인해 고통받아 온 사실은 정작 열심히 하지 않은 나의 탓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입시말고 충분히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인생이 대학을 잘 가고 못 가고로 파결나는 문제도 아니었다. 이제는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나의 역할과 쓰임에 맞게 살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더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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