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어둠 속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동결 2차 피검사 0.2점이라는 전화를 받고 처음으로 브런치에 작가 등록한 것을 후회했다.
나의 슬픈 순간을 어딘가에 계속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잔인하게 느껴졌다.
저차수에 임신 성공해서 임신 기간부터 육아까지 자세히 글을 남겨 나중엔 책도 출간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잡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3차수를 앞두고 있는 나 자신과 마주했다.
솔직히 1차는 로또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속상하긴 했지만 정신적인 타격감은 적었다.
하지만 2차까지 연속으로 임테기 단호박 한 줄에 피검 0.2점을 확인하고는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쯤 전화를 받았는데 그 후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다음날 연차를 쓰고 남편과 무작정 호캉스를 떠났다.
딱 하루 휴식을 갖고 집에 도착할 무렵 눈치 없이 생리가 시작됐다.
1차엔 내막이 8mm였지만 2차는 내막도 10mm였다. 임신하기 가장 최상의 두께라는.
혈액순환을 위한 전신 마사지, 족욕, 운동, 콩주사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계유도, 화유도 아닌 그냥 단호박 한 줄.
완벽한 상황에 대한 내 성적표는 0점짜리였다.
3차를 앞두고 있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매 달 사용하는 호르몬제 도대체 언제까지 써야 끝을 낼 수 있는 건지 답답하고 막막하다. 장기간 호르몬약을 쓰면서 내 건강은 괜찮을까?
빛이 없는 긴 어둠 속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도 후퇴하지도 못하고 멈춰서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