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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ina Apr 26. 2024

[4] 시험관 난자 채취 당일, 모든 순간의 기록

나 지금 떨고 있니?

드디어 그날이 왔다.

시험관 과정의 끝판왕, 난자 채취!


전 날까지 미친듯한 두려움으로 가득했지만 당일은 오히려 담담했다.

이 글을 빌려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그동안 얼마나 피로했을까?

남편, 내가 너무 사랑해!


각설하고 미리 사놓은 이온음료 두 통을 챙겼다. 나는 수면마취를 선택했기 때문에

전 날 12시부터 채취가 끝날 때까지 물을 마실 수 없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갈증 해소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야무지게 가방으로 쏙~




오전 8시 30분 : 혈관등록 후 남편과 떨어지다

병원에서 채취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신분증 검사를 한 후 부부 각자의 혈관을 등록했다. 신체를 통한 본인확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혈관을 등록하자마자 남편은 정액채취실로 나는 난자채취실로 향했다.

채취실에는 이미 시술 후 회복하시는 분들, 대기하시는 분들이 가득했다.


우리나라 누가 저출산이래...?



오전 8시 45분 : 잠깐만요, 항생제 테스트 이거 뭔데 아파요!!!

친한 언니가 시험관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하여 채취가 얼마나 아픈지 물어봤는데, 언니 왈

"나는 항생제 테스트가 가장 아팠어."

분명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긴장한 탓에 다 까먹고 간호실로 향했다.


우선 수면마취 및 수액을 위한 혈관 확보를 했다.

바늘이 생각보다 굵었지만 간호사 선생님의 능숙함 덕분에 통증은 없었다.


다음이 항생제 테스트였다.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채취 후 항생제 수액을 맞게 되는데 이때 몸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란다.

주사 바늘로 작게 팔뚝 살을 포 뜬 후 볼록 튀어나오게 주사액을 주입한다.

악!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렸다.


마지막으로 엉덩이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15분 타이머를 받아 다시 대기실로 갔다.

15분 후에 항생제 테스트를 한 곳을 본 다고 하셨다.



오전 9시 00분 : 나 지금 떨고 있니?

항생제 테스트를 통과하고 이제 진짜 채취만이 남았다.

내 순서는 9시 타임의 두 번째였다. 간호 선생님께서는 난소와 방광이 가까우니 내 앞사람이

시술실에 들어가면 꼭 소변을 보고 오라고 하셨다.


평소 다리 떠는 습관이 없었는데 그날은 불안한 마음에 다리를 엄청 떨었다.

9시 10분쯤 됐을까? 딩동 벨소리가 들리더니 내 앞사람 이름이 호명되었다.



오전 9시 30분 : 드디어 마주한 난자 채취실

앞사람이 채취를 마치고 이동침대에 실려? 나왔다. 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구나.

아니나 다를까 딩동 소리와 함께 내 이름이 불려졌다.


짧은 복도를 지나 채취실 문 앞에서 본인 확인을 한 후 들어갔다.

OMG. 간호사 7분, 원장님, 그 옆에 보이는 산소통까지. 그냥 수술실 그 자체다.

분만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분만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올리고 심박을 체크하는 장치를 부착했다.

혈압도 높고 맥박이 너무 빠르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긴장을 풀라고 하셨지만 그게 어려웠다.


자리에 앉으면 몸을 고정하고 소독을 먼저 한다. 너무 긴장한 탓에 몸이 경직되어 더 아팠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양 옆에서 손을 잡아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응원해 주셨다.


가끔 후기를 보면 수면마취로 채취하면 수면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팔, 다리를 결박한다는 글을 봤는데 우리 병원은 손은 가슴 위에 올리고 다리는 양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잡아주셨다.


소독을 마치고 국소마취를 진행한다고 했다.

잠시만요, 저 재운다음에 국소마취하는 거 아닌가요???!!!!! 고통을 적게 느끼고자 수면을 선택했는데

국소 마취한 다음에 수면이었다. 세상에.

다행히 국소 마취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뻐근한 정도였다.


간호 선생님이 "주무시고 일어나면 다 끝나실 거예요, 약 들어갑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자고 일어나자, 모든 것은 잘 끝나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할 때쯤 핏줄이 아릿한 느낌이 들면서

잠이 들었다.


그래 난 잠이 들긴 들었다. 그런데....? 왜? 채취 중간에 마취에서 깬 것인가!!!!!!!!!!!!!!!

10일 전에 수면 내시경을 한 탓일까, 내 몸무게에 맞는 마취 용량을 주입했는데 딱 시술 중간에 깨버렸다.


국소 마취 덕분에 채취하면서 아픔은 없었다. 옆에 모니터가 있길래 봤는데 내 몸 안에서 뽑은 난자들이

동글동글 떠있었다. 나는 그간 배아 사진만 봐서 아주 동그란 예쁜 모양을 기대했지만 난포는 포도알을

주먹으로 한 대 세게 친 것 마냥 흐물흐물했다.


비몽사몽 "됩니다." "안됩니다."라는 말도 들려왔다. 아마 안됩니다는 미성숙 난자였을 것이다.

안돼!!!!! 다 살아줘 내 난자야!!!!!!!!!!!!!!!!!! 두 번 채취할 수는 없다고!!


시술이 마무리되고 원장선생님은 21개를 채취했다고 말해주셨다.

다 끝났구나 긴장을 늦춘 사이 갑자기 소변줄이 쓱 하고 들어왔다. 그날 내가 지른 비명 중 가장 클 것이다.


오른쪽 난자를 채취할 때 위치가 방광과 가까워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혈뇨를 체크한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이동 침대에 실려 회복실로 향했다.



오전 10시 00분 : 고통의 소변줄

마취가 풀리면서 아랫배가 생리통이 있는 그 느낌처럼 묵직하고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거보다 소변줄 꼽은 곳이 더 아파서 배 아픈 건 아픈지도 몰랐다.


수액 3대를 다 맞아야 해서 간호사 선생님이 한숨 자라고 했지만 소변 줄 때문에 2시간을 뜬눈으로 보냈다.



오후 12:00분 : 신선이식이요?

수액을 다 맞은 후 귀가를 위한 설명을 들었다. 최소 5일간 물 대신 이온음료는 마시고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오면 바로 병원에 내원해라 등등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신선이식 하실 거니까 호르몬약이랑 질정 처방 나갈게요.라고 하셨다.


네? 21개 채취했는데요?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15개 이상 채취하는 경우 신선이식을 했을 때 임신이 되면 복수가 더 심하게 차기 때문에 동결을 진행한다고 그랬는데 의아해서 물어봤는데 원장님이 그렇게 판단하셨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은 건가?


어쨌든 나는 원장님을 믿고 따를 것이다.

앞으로 일주인간의 관리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복수를 예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다.

두려움 가득했던 시험관 첫 사이클이 거의 끝나간다.

채취를 하고 나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컨디션이 좋아서 더 그럴 수도.

수고했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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