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데? 는 Fake
난자 채취 후기를 검색해 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많다.
복수가 많이 차서 응급실에 가서 관을 꼽고 복수천자를 했다, 입원을 했다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원장선생님은 절대적으로 채취 난자 수가 많으면 복수가 차겠지만 그 외 20개 내외를 채취하게 되면 복수 차는 것은 체질일 경우가 많다고 그랬다.
난자 채취 후 관리 방법과 식단 등 나의 상태를 자세하게 공유해 보겠다.
병원 회복실에서 수액을 다 맞고 귀가하는데 생각보다 통증은 괜찮았다.
컨디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오후 출근도 가능할 정도?
병원에서 이온음료를 일주일간 물 대신 섭취하고 하루 2L~2.5L를 마시라고 했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이온음료를 마신만큼 소변을 보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복수가 차는 경우 배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소변의 양이 줄어든다고 하였다.
식단은 3일 정도는 저염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하여 집 앞 정육점에서 기본간이 없는 곰국을 사 왔다.
고생한 나를 위한 한우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일에 나는 그 어떠한 간도 없는 소고기와 곰국을 밥과 함께 먹었다.
▶ 이온음료 : 2.5L 섭취
▶ 식단
1) 아침 : 금식 2) 점심 : 무염 소고기 + 곰국 3) 저녁 : 무염 소고기 + 곰국
오전까지 컨디션이 아주 좋아 이 정도면 두 번도 채취하겠는데?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후 4시쯤부터 내 컨디션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마치 과식 후 토하기 직전처럼 명치 근처가 답답하고 약간의 통증에도 몸이 움찔거릴 만큼 복부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점심에 먹은 소고기가 얹힌 줄 알았는데 밤이 될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복수가 차면 하루 만에 몸무게가 3~4kg 는다고 하여 체크해 보았는데 그대로였다.
명치까지 무언가로 가득 찬 느낌에 앉지도 눕지도 못한 애매한 자세로 밤을 지새웠다.
▶ 이온음료 : 2.5L 섭취
▶ 식단
1) 아침 : 계란스크램블 2) 점심 : 무염 소고기 3) 저녁 : 곰국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편에게 아무래도 병원을 가야 되겠다고 말을 했다.
차가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출렁이는 배 때문에 통증이 있었다.
무려 3시간 30분이라는 대기 후 난임 병원 원장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주말에 난임병원 웨이팅은 극악이다. 새벽 오픈런을 추천한다.
초음파 결과 복수가 많이 찬 상태는 아니고 채취하면서 난소가 자극되어 두께가 7cm 정도로 부어있었다.
원래 난소의 두께는 1cm가량이다. 배 안에는 난소 말고도 여러 장기가 있는데 그 공간이 7배로 좁아졌으니 명치가 답답한 것은 당연하다.
난소의 부기가 다 빠지는 데는 개인차가 있지만 두 번의 생리를 거쳐야 한다고 하였다.
난임 병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우리 원장님은 특별히 저염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대신 모든 식사를 국물이 있는 것들로 하길 추천했다. ex) 갈비탕, 추어탕, 곰탕, 냉면 등
▶ 이온음료 : 2.5L 섭취
▶ 식단
1) 아침 : 계란스크램블 2) 점심 : 냉면 3) 저녁 : 갈비탕
2~3번째 날이 고통의 피크라는 후기를 봤었는데 나 역시 네 번째 날이 되었을 때는 간단한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약간 회복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복부에 가득 찬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남편과 함께 집 앞에 산책을 나섰다.
오른쪽 난자를 채취할 때 방광에서 출혈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5분 이상 걸으면 오른쪽 난소부터 사타구니까지 통증이 굉장히 심했다.
소변양과 몸무게를 매일 체크했는데 큰 변화가 없어 다행이다.
▶ 이온음료 : 2.5L 섭취
▶ 식단
1) 아침 : 계란스크램블 2) 점심 : 갈비탕 3) 저녁 : 곰탕
목요일이 채취날이어서 목, 금 휴가를 올리고 주말까지 쉰 다음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다.
걸으면 통증이 있어서 출근할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시험관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는 동료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안색이 창백하다며 걱정했다.
내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허리 통증
두 번째 날, 난소가 붓기 시작하면서 나는 잠잘 때 똑바로 누워 잘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옆으로 누우면 난소가 눌려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바로 누워 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난소만큼 아픈 게 허리다.
한 가지 다행인 건 하루 종일 허리가 아픈 것은 아니고 취침 후 일어나서 2~3시간가량 정상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허리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돌아왔다.
▶ 이온음료 : 2.5L 섭취
▶ 식단
1) 아침 : 두유 2) 점심 : 샐러드 3) 저녁 : 곰탕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더디지만 회복되는 것이 느껴진다.
생리를 해야 난소 부기가 빠진다고 하여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자연임신을 1년간 실패하면서 매 달 생리 시작할 때 큰 좌절과 슬픔을 느꼈는데, 이토록 기다리게 되다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시험관, 정말 쉬운 게 아니다.
고용량 호르몬 자가주사에 난자 채취, 임신 후에도 8~10주 차까지 지속되는 주사와 수많은 약들.
나는 그 과정을 잘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며 그 과정들을 버텼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게 되는 경우 몸의 변화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건 당연지사일 것.
부족한 글솜씨지만 난임을 극복하는 모든 순간을 글로 남겨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