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잘된 거야, 자궁도 쉬어가야지.
시험관 시술에는 신선이식과 동결이식이 있다.
어감상 신선이식이 좋아 보이지만 신선이식은 난자채취 후 3일 혹은 5일 후 바로 수정된 배아를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많이 따른다. 때문에 보통 15개 이상 채취하는 경우 배아를 냉동했다가 다음 생리 때 이식하는 동결이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21개가 채취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동결이식을 하려니 생각했는데 담당 원장님께서 호르몬 수치상 큰 이상은 없으니 신선이식을 하자고 하셨다. 내심 한 템포 쉬면서 몸을 회복하고 이식하고 싶었지만 원장님의 말씀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채취 후부터 착상을 도와주는 질정과 약을 복용하였다.
이식 하루 전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간단한 주의사항과 약속 시간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던 와중에 한 통의 전화가 또 걸려왔다.
바로 시험관 전 전체 건강검진을 했던 병원이었다.
"다발성 섬유선종 의심 소견입니다. 자택으로 초음파 CD를 보낼 테니 유방외과에 방문해서 조직검사를 받아보세요."
......... 조직검사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난임병원에 전화해서 해당 사실을 알리니 우선 신선이식은 취소하고 동결로 진행할 테니 그 사이에 유방외과에서 전문의의 소견을 받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유방외과 예약 잡는 것이 어려워서 일주일 후에 진료를 보았는데 일주일을 일 년같이 보내며 걱정을 참 많이 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서 모양이 타원형으로 괜찮고 크기가 크지 않으니 조직검사도 우선은 하지 말고 추적관찰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휴.
다발성이라고 그래서 예상은 했지만 오른쪽에만 무려 5개, 왼쪽에 1개의 작은 돌멩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6개의 돌멩이들과 찝찝한 동거를 시작했다.
청소년기에서 30대까지 흔하게 생기는 양성종양의 일종이다. 호르몬 영향이며 모양과 크기가 크지 않는 경우 제거하지 않고 추적관찰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크기가 커지는 경우 조직이 양성에서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고,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제거 수술을 진행한다.
조직검사 앞에 총이 붙는 이유는 말 그대로 주사처럼 생긴 긴 바늘을 집어넣고 총처럼 탕 소리와 함께 조직을 채취하기 때문. 갑상선과 유방의 경우 정확한 검사를 위하여 총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다.
제거 방법은 크게 맘모톰과 절개 수술로 나뉜다.
맘모톰은 총 조직검사처럼 7mm의 바늘로 찔러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작은 사이즈에 적합한 수술이며 상처가 적고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비급여라 비용이 상당한 편이고 일부 개인병원에서는 추적관찰이 가능한 경우에도 과잉진료로 비급여인 맘모톰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여러 병원에서 의사의 소견을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절개수술 유방의 피부를 절개하여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크기가 큰 경우에는 수면마취 후 진행하며 수술 후 흉터가 남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큰 사이즈의 종양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양이 안 좋다든지 크기가 2cm 이상인 경우 시술 혹은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섬유선종은 급격하게 크기가 변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르몬 분비가 적어지면 자연히 소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꼭 필수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