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직장은 그만두지 말길
많은 직장인들이 시험관을 시작하면서 퇴사를 결심한다.
잦은 병원 방문 일정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시험관 정말 어려울까?
내 대답은 No. 만약 어렵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회사에서 버텨보라.
이유는 하나다. 시험관 하나에만 내 모든 관심이 포커싱 되면, 그 과정이 더 힘들다.
회사라도 나가야 일하는 중간에 시험관 외의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 회복이 된다.
회사를 다니면서 시험관을 진행하고 싶으면 이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1. 오전 7시 30분 진료가 가능한 난임 병원 선택
2. 시차/탄력 근무가 가능한 근무 환경
3. 시험관 준비 기간 동안 업무 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나는 시험관을 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팀장님을 찾아갔다.
우선 시험관을 시작하면 2주 사이에 최소 4번의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컨디션에 따라 신선이식을 하게 되면 그 후에도 1~3회 정도 더 방문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시차와 탄력 근무를 사용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1주일 전쯤 신청하고 시험관처럼 갑작스럽게 근무 조정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양해가 필요했다.
팀장님께 1년간 임신을 준비했지만 잘 안되었고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씀드렸다. 갑작스러운 나의 이야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셨지만 본인이 회사에서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답해주셨다. 다행...^^
나 역시 절대 시술 준비로 인해 회사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면담을 종료했다.
채취/이식 날은 휴가를 써야 하지만 그 외 초음파를 보는 기간은 시차 출퇴근으로 충분히 병원을 갈 수 있다.
내가 첫 번째 순서로 진료를 본다는 전제하에.
내가 다니는 난임 병원은 직장인들을 위해 평일은 7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첫 오픈런 때는 대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출근시간을 1시간 정도만 늦추고 6시쯤 도착했는데
내 앞에 무려 9명이 줄을 서 있었다.
첫 번째로 진료를 봐야 하는 건 직장을 다니며 시험관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했던 것이다.
다행히 다른 선생님께 진료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나는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항상 5시 30분을 목표로 도착하고 있다.
그래도 1등으로 도착한 적은 없다는 것이 함정^^
특히 월요일은 일요일에 진료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다른 날에 비해 일찍 도착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어제 난자 채취까지 완료하며 다사다난했던 나의 시험관 1차의 여정이 끝나간다.
한 사이클을 끝내는 지금 나는 직장을 다니며 시험관을 할 수 있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에 다 적지 못했지만 내 진료를 위해 출장 일정을 바꿔준 동료가 있다.
과배란 주사로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 준 동료도 있다.
갑작스러운 나의 휴가와 출근 일정 조정을 이해해 주신 팀장님도 계신다.
감사함을 알기에 최대한 회사 일에 지장을 안 주고자 마감일정도 꼬박꼬박 다 맞추고, 첫 번째 진료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의 시험관이라는 여정의 끝이 언제인지는 모르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회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