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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스 Sep 07. 2021

어떤 습관이 있나요?

미라클 모닝을 오늘도 꿈꿔요.



혼자인 시간이 필요해 내려간 제주도 남쪽 끝, 대정이라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프에 참여했다. 여느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다르지 않은 환경에 농사가 결합된 흥미로운 캠프였다. 귤밭에서 가지치기를 하고, 텃밭에 상추와 무를 심었다. 그리고 마을 일손을 도와주었고 어릴 적 농촌봉사활동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함께 추억을 쌓았다. 그곳에는 '코플'이라는 장소가 있다. 캠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 잠에서 깨면 자연스럽게 아침을 먹으러 모이는 공간이었다. 일을 해야 하는 날과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었는데, 일하지 않는 날 약속이 없다면 그냥 그 장소로 향했다. 같이 밥을 해먹기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즉흥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그렇게나 자연스러운 공간이 있을까.


'아침마다 일어나서 운동하자, 러닝을 할까?', '매일 저녁에 모여서 한 시간씩 책을 읽자!', '이참에 독서모임을 만들어볼까?'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미라클 모닝을 꿈꿨다. 9시, 일하러 많은 사람이 떠나 적막이 흐르는 코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으면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자극을 받아 같이 책을 읽는 도서관이 되기도 하고 수다를 떠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 공간을 그렇게 활용했다. 따로 또 함께.


새로 캠프에 참여하게 된 청년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여기 독서모임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라며 곁으로 와 앉았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던 터라 머쓱했지만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그의 손에는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이 들려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그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모든 미라클 모닝들은 작심 며칠로 끝이 났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냐며 서로를 보며 꺄르륵 웃었다.





나는 아침형보다는 저녁 아니 올빼미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고 가끔 일찍 일어나서 뭐라도 하면 그게 그렇게 뿌듯했다. 새벽에 일어나 러닝이라도 하고 들어오는 날에는 아침 9시에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아니 아직도 9시야?' 시간이 나에게만 더 주어진듯한 착각과 작은 성취가 만들어낸 뿌듯함. 그 기분을 알기에 나는 꽤 많은 도전을 해왔다. 5시에 일어나 새벽 수영 가기, 모닝 명상하기. 한창 마라톤에 심취해있을 땐 모닝 러닝 하기, 취직 준비할 땐 영어 라디오 듣기. 그리고 최근에는 출근 전 새벽 서핑하기를 미라클 모닝으로 도전했다. 결심하고 일주일 정도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든 나에게 일어났는데 해야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밀려오는 그 스트레스란. 눈뜨자마자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어제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잠을 설쳤어. 그러니까 조금 누워있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아직 삼일밖에 안됐는데 일어나야지! 일어나자!' 아침부터 내 안에 있는 두 자아가 열심히 싸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약속한 시각보다 한참 늦게 미적거리며 일어난다. 일주일에 5번, 1번 그리고 한 달에 1번이 되면서 계획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잊혀졌다.


사람이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의지보다는 그 습관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는 데 소음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면, 그 상황에 집중하려 억지로 노력하기보다는 소음이 없는 장소로 옮겨서 공부를 했다. 독서하는 습관을 길들이고 싶으면 책을 사서 억지로 하루에 한 시간씩 책을 펼쳐놓고 있는 것보단 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걸 택했다. 


그리고 나는 또 30개의 빈칸이 담긴 종이를 냉장고에 붙이며 다짐한다. 달리기나 수영, 공부와 같이 결과물이 남는 습관 말고 결과물이 남지 않는 리추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 중에 글쓰기.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중 모닝 페이지에서 착안한 리추얼이다. 정리되지 않은 글이라 다시 읽어보진 않겠지만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해 줄 의식이 될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공책 한 권이 다 채워지면 부자가 된 것 마냥 마음이 채워질 거라는 걸 안다. 물론 자기 전 머리맡에 공책과 펜을 두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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