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회사 다닐 때 직원들과 저녁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 여사원이 폐암에 걸렸다고 했다. 폐암 말기여서 휴직을 하고 투병 중이라고 했다. 아는 직원이었고 술자리도 몇 번 같이 했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인데 폐암이라니 믿기질 않았다. 그녀의 프사에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의 그림 한 점만 있었다. 행복했던 옛날을 추억하는 걸까, 기필코 완치를 해서 행복한 삶을 되찾겠다는 의지일까.
그녀의 완치를 위해 기도를 했다. 그녀에게 정중하지만 짧은 카톡을 보냈다.
"힘내세요, 어제보다 나은 하루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내 인생 최고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다. 연기 잘하는 사람들만 나와서 드라마 같지 않고 마치 실생활처럼 느껴졌다. 폭력과 불륜이 없어도 아주 훌륭한 드라마를 만들어 주었다. 나의 아저씨 촬영지인 백빈골목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극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 외롭게 자란 아이유를 이선균만이 따스하게 대해준다. 어느 날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서는 이선균에게 작은 손을 쥐며 혼잣말처럼 아이유가 말한다.
"파이팅"
회사에서 가정에서 힘들어하는 이선균에게 힘내라고~
이선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고작 48세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했다. 죽음을 선택할 만큼 얼마나 힘들었을까. 삶과 죽음이 뭘까. 우리가 태어날 때 죽음도 같이 탄생한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새해 첫날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고향과 서울에 반반씩 거주하여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한다. 이번 겨울은 서울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할머니를 고향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말이 기억나 안부를 물었다. 아저씨가 머뭇거리더니 연말에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했다. 잠시 분위기가 숙연했다. 아주머니는 잘 계시죠하고 여쭤봤더니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슬퍼하는 아저씨에게 해줄 말이 생각이 안 났다. 부인과 어머니의 연이은 부재. 아저씨는 그 슬픔 속에 살고 계셨다. 속으로 외쳤다.
"아저씨,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