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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Nov 05. 2021

앞집 아줌마 파이팅!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다. 집 근처 공원에는 이별이 가득하다. 초록 잎들이 단풍이 되고 어느새 낙엽 되어 쌓여 있다.

며칠 전 산책하러 현관문을 나서는데 앞집에서 이사를 하고 있다. 서로 왕래가 없었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의례적인 목인사만 나누는 사이였으니 이사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래도 2년을 같은 층에서 살았는데 속으로는 서운한 맘이 들었다.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주인과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사를 마치고 집주인과 작은 다툼도 보였다. 깔끔하지 않은 이별의 모습이었다.


새로 이사 오는 앞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엘리베이터에 안내문을 붙였다. 바로 앞집에서 공사를 하니 소음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통상 보름 정도 하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 달을 한다니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현관문에 붙어 있는 "공사로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는 쪽지를 보았다. 바닥에는 화장지 세트가 놓여 있었다.

작은 선물인데 따스한 마음씨가 느껴져 불편했던 마음이 전부 사그라졌다. 아름다운 만남이 될 것 같다.


공사 소음이 크게 들리는 같은 층의 우리 집과 위층, 아래층 5 가구에 선물이 전달되었다.


정성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 죄송한 생각이 들었지만, 호기심에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았다. 우리 집 선물 프리미엄 타월 26,410원, 다른 집 페이퍼 타월 13,140원

우리 집 승리


아내가 정보망을 동원해서 앞집 사정을 알아냈다. 친정아버지가 사놓은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이고 2살, 4살 어린 딸이 있는 젊은 부부라고 했다. 어린 공주들과 같은 층에 살게 되니 왠지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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